"연말정산 환급금도 엄연한 임금"… 퇴사 전 사장님과 '얼굴 안 붉히고' 받는 법
"연말정산 환급금도 엄연한 임금"… 퇴사 전 사장님과 '얼굴 안 붉히고' 받는 법
전문가들 "대화로 풀되, '내용증명'으로 증거 확보는 필수"
최후엔 노동청 신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작년 연말정산 환급금은 물론 한 달치 월급까지 밀렸습니다. 곧 퇴사하는데, 사장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퇴직금을 무사히 받을 수 있을까요?"
임금체불과 연말정산 미지급으로 퇴사를 결심한 직장인 A씨의 하소연이다. A씨는 오는 20일 퇴사를 앞두고 밀린 돈과 퇴직금을 모두 받을 수 있을지, 또 그 과정에서 사장과의 관계를 망치지 않을 방법은 없는지 법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장님과의 대화가 먼저... "지급 약속, 꼭 문서로 남기세요"
A씨처럼 사장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법적 조치에 앞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먼저 회사와 직접 협의하라고 입을 모았다.
장휘일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퇴사 전까지 사장님과 협의하여 지급 일정에 대해 명확히 하고, 그 과정에서 문자나 이메일 등으로 지급 약속을 받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준섭 변호사(법무법인 심) 역시 "사측과 협의 시 지급 일정 등 서면 약속을 받아두는 것이 1단계"라고 강조했다.
만약 구두 약속이 불안하다면 '내용증명 우편'을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내용증명은 어떤 내용을 언제 누가 누구에게 보냈는지 우체국이 증명해주는 제도로, 법적 분쟁 시 상대방에게 채무 이행을 청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최후의 카드 '노동청 신고'...20% 지연이자에 형사처벌까지
대화와 협의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홍대범, 이희범, 조대진 변호사 등 다수의 전문가들은 '고용노동부 신고'를 가장 확실한 다음 단계로 제시했다.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면 근로감독관이 사실관계를 조사해 체불 사실이 확인될 경우 사용자에게 시정지시를 내린다. 사용자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유환 변호사(법무법인 조율)는 "임금 체불은 상당한 법적 책임이 부과되므로 사업주에게 부담이 된다"면서도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상대방과 관계에는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과 퇴직금 등 모든 금품을 지급하지 않으면, 그 다음 날부터 연 20%라는 높은 지연이자까지 붙는다. 이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사용자에겐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된다.
연말정산 환급금도 '임금'…회사가 안 주면 직접 받는다
많은 직장인이 간과하는 사실 중 하나는 연말정산 환급금 역시 법적으로 '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회사가 이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임금체불이다.
장휘일 변호사는 "연말정산 미지급분은 근로자가 이미 납부한 세금 중 돌려받아야 할 금액이므로, 회사가 정산을 해주지 않았다고 해도 직접 세무서를 통해 환급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경정청구'를 하면 된다.
퇴직금 역시 1년 이상 계속 근무했다면 당연히 발생하는 법적 권리다. 중요한 것은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는 지급받지 못한 체불임금도 포함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점이다. 밀린 월급 때문에 퇴직금까지 손해 볼 이유는 없다.
회사가 망했다면? 국가가 대신 주는 '대지급금' 제도
만약 회사의 재정 상황이 너무 나빠 지급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범위의 체불임금을 지급하는 '대지급금(과거 체당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홍대범 변호사(법률사무소 홍대범)는 "만약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면 국가로부터 대지급금으로 일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청에서 '체불임금등·사업주 확인서'를 발급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면, 최종 3개월분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 중 일정 상한액까지 국가가 먼저 지급해준다.
사장과의 인간관계를 지키려는 노력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법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감정적인 호소에 앞서 차분하게 증거를 확보하고, '대화 후 법적 조치'라는 단계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