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흉기난동' 최원종 부모 배상책임 기각... 법원 "성인 자녀 감독의무 인정 어려워"
'분당 흉기난동' 최원종 부모 배상책임 기각... 법원 "성인 자녀 감독의무 인정 어려워"
가해자 최원종에게는 8억 8천만 원 배상 명령
유족 "지급 능력 없는 가해자 판결은 실효성 없어" 항소 방침

분당 흉기난동범 최원종 검찰 송치 /연합뉴스
2023년 8월 3일, 최원종(당시 25세)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시민들을 들이받은 뒤, 인근 백화점에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고(故) 김혜빈 씨를 포함한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최원종은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되어 2024년 11월 무기징역이 확정되었다.
이후 피해자 고 김혜빈 씨의 유족은 가해자 최원종과 그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최원종이 범행 전 심각한 망상 증세를 보였고 흉기를 소지하는 등 타해 위험성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이자 보호의무자인 부모가 적절한 보호 및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해자 책임 인정, 부모 책임은 0%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3민사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지난 1월 16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가해자 최원종은 피해자의 부모에게 각각 4억 4천여만 원씩 총 8억 8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유족이 최원종의 부모를 상대로 제기한 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독립한 성인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일반적인 관리감독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행 법리상 성인 자녀가 부모와 독립하여 생활하는 경우, 부모가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해 당연히 배상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적용한 결과다.
정신건강복지법상 보호의무자 책임의 범위
이번 소송의 핵심 법적 쟁점은 정신질환을 앓는 성인 자녀의 타해 위험성을 부모가 인지했느냐에 있다. 민법 제750조에 따른 일반불법행위 책임과 관련하여, 정신질환자가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또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제40조 제3항은 보호의무자가 정신질환자가 타인을 해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판례(2022가단240738) 등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타인을 위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위험'을 인지하고도 대비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감독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오지원 변호사는 "정신질환자가 심각한 망상과 흉기 소지 등 구체적 위험을 보인 사안에서 보호의무자의 책임은 엄중히 판단되어야 한다"며 1심 재판부가 부모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실질적 피해 회복 수단 상실에 대한 우려
유족 측은 최원종 본인에게만 인정된 8억 8천만 원의 배상 판결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해자가 무기징역을 확정받아 수감 중인 상태에서 배상금을 지급할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유족은 "가해자의 영치금을 향후 수십 년간 압류하더라도 실제 회복 가능한 금액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부모의 책임을 1%도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단은 손해배상 제도의 목적인 피해 회복의 관점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족 측은 항소심을 통해 부모의 구체적인 감독의무 위반 사실을 추가로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