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매달고 1.5km 질주해 숨지게 한 차주…"술 마셔 기억 없다?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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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매달고 1.5km 질주해 숨지게 한 차주…"술 마셔 기억 없다? 어림없다"

2025. 11. 27 20:1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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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기억 없다" 주장

법조계 "심신미약 인정 어렵고 오히려 가중처벌 대상"

대리기사를 밖으로 밀쳐낸 뒤 문 열린 채 1.5km를 질주한 만취 운전자. “술에 취해 기억 없다”는 말과 달리 시비·폭행·운전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 /셔터스톡

지난 14일 새벽, 대전 유성구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술에 취한 30대 차주 A씨가 60대 대리기사 B씨를 운전석 밖으로 밀쳐낸 뒤, 문이 열린 상태로 1.5km를 질주한 것이다. B씨는 차량에 매달린 채 끌려가다 도로 보호난간에 부딪혀 끝내 숨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며 일명 '블랙아웃'을 주장했다. 법원은 이 만취 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술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졌다며 형량을 깎아주는 '심신미약'으로 볼까, 아니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해친 '가중처벌' 대상으로 볼까.


심신미약? "운전하고 시비 걸었는데… 인정 어려워"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미약자의 행위에 대해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씨 측은 이를 근거로 선처를 호소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A씨가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심신미약이 인정될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A씨의 행동이 너무나 계획적이고 지속적이었다. 그는 대리기사를 밀쳐내고 운전석을 차지한 뒤 1.5km나 운전했다. 비록 난폭운전이었지만, 시동을 걸고 핸들을 조작해 목적지로 향했다는 것 자체가 최소한의 인지 능력과 행위 통제 능력이 있었다는 증거다.


둘째, 범행 전후 정황이다. 차량 블랙박스에는 A씨가 B씨에게 시비를 걸고 폭행하는 듯한 소리가 담겨 있었다. 이는 그가 당시 상황을 인지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음을 보여준다.


셋째, 자초한 위험이다. 설령 심신미약 상태였다 해도, A씨는 스스로 술을 마셔 그 상태를 야기했다.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다. 음주 후 폭력성이 발현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술을 마셨다면, 심신미약 감경은 어불성설이라는 뜻이다.


오히려 가중처벌 대상… '위험운전치사' 적용 가능성

A씨의 만취 상태는 감경 사유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형량을 무겁게 하는 독이 될 공산이 크다.


가장 유력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상 위험운전치사죄다. 이 법은 음주나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만취 상태에서의 운전을 고의적인 범죄 행위로 간주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만취 상태에서 운전해 사망 사고를 낸 경우 이는 단순 과실이 아니라 위험운전치사죄의 구성요건이자 양형 가중 사유가 된다.


더 나아가 검찰은 A씨를 살인 혐의로 송치했다. 이는 A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다. 미필적 고의란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죽어도 어쩔 수 없지"라며 범행을 저지르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A씨는 사람이 차량 문에 매달려 있는데도 멈추지 않고 1.5km를 달렸고, 급기야 도로 난간을 들이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운전석에서 매달린 사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운전을 계속한 점, 난폭 운전으로 충격을 가한 점 등을 볼 때 사망 위험성을 예견하고 용인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살인죄가 인정된다면 A씨는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 많게는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변명, 법 앞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실한 가장이었던 B씨의 억울한 죽음 앞에,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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