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구하려다 코뼈 부러졌는데…법원은 왜 '폭행범' 딱지 붙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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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구하려다 코뼈 부러졌는데…법원은 왜 '폭행범' 딱지 붙였나

2025. 06. 16 13:0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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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제압이냐, 공동 폭행이냐

20대 남성이 80대 노인을 폭행하는 걸 막으려다 벌금을 내게 된 남성이 억울함을 토로헀다. /커뮤니티 캡처

버스 안에서 노인을 구하려다 되레 폭행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남성의 사연이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까지 입었지만, 법원은 그에게 '공동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왜 이런 판단을 내렸으며, 그는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


죽일 듯한 발길질 막아섰더니 돌아온 벌금 100만 원

80대 노인을 폭행하던 20대 남성을 말리려다 폭행 혐의를 받고 벌금을 내게 됐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커뮤니티 캡처


사건은 지난해 한 버스 안에서 벌어졌다. A씨는 20대 남성이 80대 노인을 무차별 폭행하는 것을 목격했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20대 남성이 노인을 향해 죽으라는 듯이 발길질 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본 A씨가 제지에 나섰고, 격렬한 다툼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코뼈가 부러져 전치 3주 진단을 받았고, 폭행당한 노인 역시 전치 6주가 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와 법원의 판단은 이들과 달랐다. 싸움을 말리기 위해 가해자의 다리를 잡았던 A씨와 피해 노인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가 적용됐고, 법원은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정식 재판 없이 서류만으로 형을 결정하는 절차)을 내렸다.


A씨는 "폭력을 쓴 건 잘못이지만, 나서지 않았다면 노인께서 어떻게 되셨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법원은 왜 '공동폭행'으로 판단했을까?

법원이 A씨에게 공동폭행 혐의를 적용한 핵심 근거는 법률 해석의 형식적 측면에 있다.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폭행'은 2명 이상이 서로의 범행을 인식하고 가담했을 때 성립한다. 법원은 A씨가 가해자의 '다리를 잡은 행위'를 물리적 힘을 행사한 폭행으로 간주하고, 결과적으로 피해 노인과 A씨가 한편이 되어 20대 남성에게 함께 대항한 모양새가 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A씨의 동기가 정의로웠을지라도, 법률은 'A씨와 노인' 대 '20대 남성'이라는 다툼의 구도 자체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


A씨의 억울함, 법정에서 풀 수 있다

A씨에게는 억울함을 해소할 법적 기회가 남아있다. 핵심은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았음을 법정에서 증명하는 것이다.


우선 약식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정식재판은 서류만으로 판단하는 약식 절차와 달리, 법정에서 판사에게 직접 사건의 전후 사정과 억울함을 소명하고 유무죄를 다시 다툴 수 있는 기회다.


정식재판의 핵심 쟁점은 A씨의 행동이 위법성이 없는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입증하는 데 있다. 정당방위(형법 제21조)는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부당한 공격을 막기 위한 행동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A씨는 20대 남성의 폭행이 노인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였고, 자신의 개입은 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행위였음을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행동을 벌하지 않는 '정당행위'(형법 제20조) 법리에 따라, 위험에 처한 시민을 구하려는 행동의 사회적 가치를 법원이 인정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려면 당시 버스 내부 CCTV 영상이나 다른 승객의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20대 남성의 폭행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그리고 A씨의 제지 행위가 방어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수준'이었음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다만 정식재판 청구는 약식명령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 안에 해야 한다. 이 기간을 놓쳤다고 해서 모든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A씨가 자신에게 책임질 수 없는 사유(질병이나 천재지변, 또는 법원 서류를 실제로 받지 못해 기간 준수를 못한 경우 등)로 기간을 넘겼음을 증명한다면, 그 사유가 사라진 날로부터 7일 안에 '정식재판청구권 회복청구'를 정식재판 청구서와 함께 제출해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다.


법원의 약식명령은 사건의 전후 맥락보다는 형식적 요건을 중심으로 내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A씨가 정식재판을 통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자신의 행위에 담긴 사회적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한다면, 법원의 다른 판단을 끌어낼 여지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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