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형사의 날카로운 눈썰미, 1700만원 보이스피싱 막았다
휴가 중 형사의 날카로운 눈썰미, 1700만원 보이스피싱 막았다
점심 주문 기다리다 범죄 직감
휴가 중에도 빛난 직업 정신

휴가 중이던 경찰관이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을 발견해 검거하고 피해금을 회수했다 / 연합뉴스
지난 13일 정오, 대전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상가. 점심을 주문하고 기다리던 한 남성이 택시에서 내린 수상한 인물을 포착했다. 30대 남성 A씨가 주변 건물을 촬영하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다름 아닌 대전서부경찰서 형사과 보이스피싱 전담팀 소속 이진웅 경사. 휴가 중이었지만 그의 직업적 본능이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의심에서 확신으로 이어진 추격
이 경사는 A씨가 차를 타고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자 뒤를 쫓았다. 단지 내에서 A씨는 계속해서 사진을 찍고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얼마 후 한 남성이 전화 통화를 하며 다가와 A씨에게 종이가방을 건넸다.
그 순간 이 경사는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 현금 인출책과 피해자의 만남임을 확신했다.
현장 검거와 피해자 설득
종이가방을 건네받은 A씨에게 다가간 이 경사는 즉시 추궁에 들어갔다. 가방 안에는 예상대로 1,700만 원의 현금 뭉치가 들어있었다. 그는 즉시 112에 신고한 후 피해자에게 자신이 경찰임을 밝히고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휴가 차림의 이 경사를 경찰로 믿지 않는 피해자를 설득하는 것이 또 다른 난관이었다. 이 경사는 동료 경찰과 전화 연결을 시켜 10분간의 설득 끝에 피해자를 안심시킬 수 있었다.
완벽한 마무리와 당부의 말
출동한 경찰관에게 A씨를 인계하고 피해금을 돌려준 이 경사는 조용히 현장을 떠났다. 휴가는 계속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5만 원씩 받는 아르바이트라고만 알았고,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 수거책이 범행 전모를 몰랐다 하더라도 비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범죄임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처벌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액 아르바이트나 현금·서류 배달 업무는 항상 의심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