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연차 승인해줘서 여행 예약했는데…이틀 전 “안돼”, 수수료 200만원은 누가?
대표가 연차 승인해줘서 여행 예약했는데…이틀 전 “안돼”, 수수료 200만원은 누가?
“연차 계산 잘못했다” 일방적 번복
취소 위약금 물게 된 직장인
회사에 배상 청구할 수 있을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직장인 A씨는 최근 대표의 연차 사용 승인을 믿고 휴가 계획을 세웠다. 비행기와 숙소 예약을 모두 마쳤다.
그런데 연차 시작을 불과 이틀 앞두고, 대표는 “연차 일수 계산을 잘못했다”며 돌연 승인을 번복했다. A씨는 항공권과 숙소 취소로 200만원대 위약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회사가 승인했던 연차를 일방적으로 번복해 근로자에게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다면, 회사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연차 승인 믿고 짠 휴가 계획, 이틀 전 뒤집은 회사
A씨는 올해가 가기 전 남은 연차를 사용하기 위해 최근 회사 대표에게 연차 잔여 일수를 문의했다. 대표는 연차 사용을 명시적으로 승인했다.
A씨는 이 승인을 신뢰해 휴가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마쳤다. 그러나 휴가 시작 이틀 전, 대표는 “연차 계산을 잘못했다”며 기존 승인을 일방적으로 번복했다.
대표가 내세운 사유는 ‘입사 1년 이상 근로자에게만 여름휴가 3일을 별도로 준다’는 내부 기준이었다. A씨는 과거 여름휴가를 사용한 적이 있지만, 당시 연차와 관련한 어떤 안내도 받지 못했다.
결국 A씨는 모든 예약을 취소하면서 200만원대의 손해를 입게 됐다. A씨는 회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변호사들 “사용자 귀책 사유, 신의성실 원칙 위반 소지 커”
변호사들은 회사가 이미 승인한 연차를 일방적으로 번복한 것은 사용자에게 귀책 사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근로자에게 형성된 정당한 신뢰를 깼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한병철 변호사는 “근로자가 연차 잔여 여부를 사전에 문의했고, 사용자가 이를 확인한 뒤 명시적으로 사용을 승인했다면, 근로자에게는 해당 일자에 근무의무가 면제된다는 정당한 신뢰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자의 내부 계산 착오나 내부 기준은 이미 형성된 신뢰를 사후적으로 번복할 합리적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의 권리다. 사용자는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만 휴가 시기를 변경할 것을 요구(시기변경권)할 수 있는데, 단순한 계산 착오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김연주 변호사 역시 “사용자의 내부 계산 착오나 기준 변경을 이유로 사용 직전에 연차 승인을 번복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봤다.
취소 수수료 200만원, 전액 배상받을 수 있을까
다만, 발생한 손해액 전부를 배상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변호사들은 배상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약 취소로 인한 금전적 손해는 법적으로 ‘특별손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정중동의 김상윤 변호사는 “예약 취소로 인한 약 200만원 상당의 금전적 손해는 통상손해라기보다는 민법상 특별손해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별손해는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김 변호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연차 승인 당시 회사가 근로자가 이미 비용을 지출한 휴가 계획을 수립했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사회통념상 이를 예견할 수 있었음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이 입증되지 않으면 배상 범위가 줄거나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이동규 변호사도 “실무에서는 사용자의 귀책, 승인과 번복 시점의 근접성, 근로자의 신뢰 형성 정도, 손해의 예견 가능성을 종합해 판단한다”며 “실제 배상은 전액이 아닌 일부 인정되거나 조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대응 전략으로 “연차 승인 내역, 번복 통보 시점, 휴가 예약 증빙을 정리해 고용노동청 진정을 먼저 제기하고, 사용자 귀책을 공식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이후 민사상 손해배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