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만 명이 공유한 '가족의 비극'... 단순 시청도 처벌 사정권
54만 명이 공유한 '가족의 비극'... 단순 시청도 처벌 사정권
"몰카인 줄 몰랐다" 안 통한다
54만 명 가담 'AVMOV' 수사망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가족이나 연인을 몰래 촬영한 영상물이 조직적으로 유통된 불법 사이트 'AVMOV'에 대한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용자들의 대규모 처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022년 8월 개설된 해당 사이트의 운영진 일부를 입건하고, 전체 이용자 54만 명에 대한 가담 정도를 정밀 분석 중이다.
해당 사이트는 지인이나 가족 등 주변 인물을 몰래 찍은 영상을 공유하고, 이를 유료 포인트로 거래하는 파렴치한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수사기관의 추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영상을 본 적이 있다"며 수사기관에 자수서를 제출한 인원만 지난 2일까지 139건에 달한다. 이용자 규모가 54만 명이라는 점에서 향후 입건 대상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전망이다.
많은 이용자가 "단순히 보기만 했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현행법은 불법 촬영물을 시청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엄중한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사이트의 성격이 '몰카'와 '도촬'에 특화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고의성' 인정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몰랐다" 변명 통할까? 법원이 말하는 '미필적 고의'의 함정
수사기관과 법조계가 이번 수사에서 핵심 기준으로 삼는 것은 '고의성'이다. 영상이 불법 촬영물임을 알고도 시청했는지가 관건인데, 법원은 반드시 확정적인 인식이 없었더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인지하고 이를 용인한 채 시청했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추세다.
대법원 판례(2018. 1. 25. 선고 2017도12537 판결)에 따르면, 미필적 고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뿐만 아니라 외부적 행위 형태와 구체적 상황을 기초로 일반인의 관점에서 심리 상태를 추인한다. 즉, 'AVMOV'처럼 사이트 이름이나 게시판 명칭에서 '지인', '몰카', '가족' 등 불법성을 명시적으로 드러낸 경우, 이용자가 불법 촬영물임을 몰랐다고 주장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로 광주지방법원(2020. 7. 15. 선고 2020고단2484 판결)은 불법 촬영물임을 인식할 수 있는 정황에서 영상을 전송하거나 반포한 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반면 카카오톡 등에서 우연히 전송받은 사진을 본 경우(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3. 30. 선고 2022고합775 판결) 등은 반복적인 시청이나 명확한 불법성 인지가 입증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으나, 특정 불법 사이트에 가입해 지속적으로 활동한 이번 사안과는 궤가 다르다는 평가다.
아동·청소년물은 '벌금형 없는 징역'... 딥페이크까지 촘촘한 그물망
시청한 영상의 종류에 따라 처벌 수위는 더욱 가혹해진다. 아동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는 성 착취물을 시청했다면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에 따라 벌금형 없이 곧바로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성인 대상 불법 촬영물 역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에 근거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딥페이크 성 착취물 역시 2024년 10월 개정된 법안에 따라 시청 시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대상이다. 경찰은 운영자와 대량 게시자인 '헤비 업로더'를 우선 검거한 뒤,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시청 횟수, 활동 기간, 영상의 불법성 인지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건 범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트의 성격상 이용자들이 불법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자수서가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사망이 좁혀짐에 따라 단순 시청자라 할지라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