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9일 밀렸다고 도어락 교체?…'계약서만 믿은' 집주인의 최후
월세 9일 밀렸다고 도어락 교체?…'계약서만 믿은' 집주인의 최후
법원 '자력구제 금지' 원칙 재확인…단전·단수·짐 처분 시 주거침입·강요·절도죄 '형사처벌'

집주인은 월세가 9일치 밀렸다는 이유로 임차인에게 현관 도어락 교체를 통보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띠링-. 스마트폰 화면에 날아든 집주인의 메시지 한 통.
"내일 당장 현관 도어락 바꾸겠습니다. 계약서대로 단전, 단수 조치도 들어갑니다."
월세가 고작 9일 밀렸을 뿐인데, 세입자 A씨의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다. A씨의 손에 들린 계약서에는 '월 사용료 5일 이상 연체 시 단전, 단수, 열쇠 교체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선명했다. 집주인의 통보는 정당한 권리 행사일까?
계약서 특약, 법보다 강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명백한 위법행위다. 법률 전문가들은 계약서 조항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임대인이 믿는 구석은 '연체 5일 경과 시 단전·단수·열쇠 교체' 같은 계약서 특약이다. 하지만 이는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계약서에 해당 조항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는 강행법규(강제적으로 지켜야 하는 법률)에 위배되므로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개인 간의 계약이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규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내 집 문 걸어 잠근 집주인, '주거침입'이다
임대인이 계약서만 믿고 실제 행동에 나섰다간, 권리 행사가 아닌 '범죄'의 덫에 걸릴 수 있다.
우선 임차인 동의 없이 도어락을 교체해 집에 못 들어가게 막는 행위. 이는 명백한 형법상 주거침입죄(형법 제319조)이다. 임대차 계약을 맺는 순간, 그 집의 평온한 사용 권리는 세입자에게 넘어오기 때문이다. 집주인이라도 세입자의 허락 없이는 더 이상 '내 집'이 아닌 셈이다.
전기와 물을 끊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임차인의 정상적인 주거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사실상 집에서 나갈 것을 강요하는 행위로, 강요죄(형법 제324조)가 성립될 수 있다.
대법원 역시 판례(2006도9157)를 통해 임대인이 임의로 단전·단수 조치를 하는 것은 '자력구제 금지의 원칙(법적 절차 없이 스스로 권리를 실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세입자 짐 함부로 뺐다간 '절도죄' 덤터기
더 큰 문제는 임차인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경우다. 계약서의 '소유권 포기' 조항을 근거로 임차인의 짐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옮긴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절도죄(형법 제329조)나 점유이탈물횡령죄(형법 제360조) 등 더 무거운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임차인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불공정 계약 조항이기 때문이다.
월세 연체는 분명 임차인의 잘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임대인에게 법을 무시하고 사적 제재를 가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변호사들은 경고한다.
억울한 집주인? '명도소송'이 유일한 길
그렇다면 월세를 받지 못하는 임대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 법이 정한 유일하고 올바른 해법은 '소송'이다.
주택의 경우 통상 2개월분 이상의 월세가 연체되면 임대인은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이후에도 임차인이 집을 비워주지 않으면 법원에 '건물명도 청구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아야 한다.
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에야 비로소 강제집행을 통해 임차인을 내보내고 밀린 월세를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감정에 치우쳐 섣불리 행동했다간 월세는커녕 되레 형사 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모든 임대인이 명심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