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아내의 월세 삭감, 독이 든 성배인가?
건물주 아내의 월세 삭감, 독이 든 성배인가?
소송 중 깜짝 감액 제안… 변호사들 “특별수권 여부부터 따져야”

건물 인도 소송 중인 세입자에게 건물주 아내가 월세 감액을 제안했으나, 법적 효력은 불분명하다. / AI 생성 이미지
“내 남편 건물인데 위임장이 왜 필요하냐”며 큰소리치던 건물주 아내가 소송 중 체납 월세의 3분의 1을 깎아 주겠다고 제안했다. 건물 인도 소송에 내몰린 세입자에겐 분명 희소식.
하지만 과연 법적 효력이 있을까? 심지어 세입자는 건물주의 불법행위 증거를 쥐고 반격을 노리는 상황. 이 복잡한 방정식 앞에 선 세입자를 위한 법률 전문가들의 해법을 들어봤다.
‘특별수권’ 없는 화해 동의, 법적 효력 있을까?
건물 인도 소송의 피고가 된 세입자 A씨는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에 동의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원고인 건물주의 아내가 소송 대리인으로 나서 체납 차임을 파격적으로 감액하는 데 동의한 것이다.
A씨는 과거 위임장을 요구했다가 “내 남편 건물인데 위임장이 왜 필요하냐”는 핀잔만 들었던 터라, 이 제안의 법적 효력에 의문을 품었다.
전문가들은 소송에서의 ‘화해’ 행위에는 대리인의 ‘특별수권(special authorization)’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별수권 없는 감액 동의는 '무권대리(권한 없는 대리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최동준 변호사는 “법적으로 대리인이 채권자 본인의 동의 없이 중요한 사항에 동의하는 것은 무권대리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수열 변호사 역시 “법적으로 대리인이 채권자 동의 없이 감액에 동의한 경우, 무권대리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남편인 건물주가 이를 사후에 인정(추인)하거나, 평소 아내가 실무를 전담해 온 사정을 근거로 법원이 ‘표현대리(겉으로 보기에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를 인정할 여지도 있다.
법무법인 도하 김형준 변호사는 “평소 배우자가 모든 실무와 법률행위를 해왔다면 표현대리 주장을 강화하는 사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A씨에게 유리한 제안인 만큼 굳이 문제를 삼을 실익은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법인 테헤란 황인 변호사는 “감액은 A씨에게 유리한 사정이기 때문에 원고 본인이 문제를 삼는 것이 아니라면 딱히 법적으로 문제 삼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불법행위 증거 쥔 세입자, '반소' 아닌 '별소'가 정답
A씨의 진짜 무기는 따로 있었다. 그는 건물주 측의 불법 건축물 운영, 사적 압박, 주거 침입 미수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진행 중인 소송에서 ‘반소(맞소송)’를 제기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지만, 변호사들의 의견은 단호했다. 이미 화해권고 결정으로 소송이 마무리되는 국면에서는 반소가 아닌 ‘별소(별도의 새로운 소송)’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존 건물 인도 소송에 반소로 병합하기보다 별도 소송으로 제기하는 방식이 타당합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법무법인 태두 최기성 변호사 또한 “만약 화해권고결정에 양 당사자 모두 동의한 상태인 것이라면 민사는 별소로 제기하셔야 할 것이고, 형사도 당연히 별도가 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확보한 증거들은 현재 소송을 뒤집는 카드가 아니라 새로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 고소를 위한 핵심 무기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종 전략: '투 트랙'으로 실리와 명분 모두 잡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