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귀는 사이” 교수의 선언…논문 인질로 잡아 대학원생 6차례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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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귀는 사이” 교수의 선언…논문 인질로 잡아 대학원생 6차례 성폭행

2025. 11. 04 13:3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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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불이익 두려워 거절 못 해

변호사들 “전형적 권력형 성범죄, 증거 확보가 관건”

지도교수에게 6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대학원생 A씨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셔터스톡

“제 학위논문과 저널 논문을 직접 지도하고 있었기에, 명시적으로 거절하거나 관계를 끊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대학원생 A씨는 자신의 학문적 생사여탈권을 쥔 지도교수와의 관계를 이렇게 요약했다. A씨는 지난 1년간 지도교수로부터 6차례의 성폭행을 포함한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A씨는 2024년부터 지도교수 B씨의 연구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B교수는 학문적 지도라는 명분 아래 A씨의 허벅지를 만지고 손을 잡는 등 반복적으로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A씨가 “손을 잡지 말아 달라”며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B교수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 1월, B교수는 이메일로 “좋아한다”며 마음을 고백했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연구와 학위 과정에서 노골적인 불이익이 뒤따랐다.


결국 A씨는 한 달 뒤 이어진 두 번째 고백을 거절하지 못했다. B교수는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사귄다고 표현한다. 그러니 우리는 사귀는 사이”라며 일방적으로 관계를 규정했고, A씨는 학업 중단에 대한 두려움으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 대전, 세종…악몽 같던 1년

B교수의 일방적인 연인 선언 이후, 성적 착취는 더욱 노골화됐다. B교수는 학회 출장과 개인적인 만남을 빌미로 A씨를 불러냈고, 지난 4월 제주도를 시작으로 대전, 세종 등지에서 10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 모든 과정에서 B교수는 A씨의 졸업과 직결된 논문 지도를 계속하고 있었다.


‘업무상 위력’ 인정될까…변호사들 시선은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의 전형으로 봤다. 형법 제303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와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는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력으로 추행하거나 간음한 경우를 처벌한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정준현 변호사는 “학위·연구와 관련한 불이익을 우려하여 명시적 거부가 어렵던 상황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승현 변호사 역시 “지도교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성범죄”라며 “거절 후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점, 학문적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으로 관계를 끊지 못한 점 등은 모두 위력의 행사를 입증하는 중요한 사정”이라고 강조했다.


“합의된 관계” 주장에 맞설 증거는?

B교수 측은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객관적 증거 확보와 진술의 일관성이 사건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피해 진술과 함께 이메일, 메시지, 방문 기록, 주변 증인 진술 등 가능한 모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도 “성범죄의 경우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은 유력한 증거가 된다”며 초기 사실관계 정리를 당부했다. B교수의 고백 이메일, 학문적 불이익을 암시한 정황, 출장 및 숙박 기록, 정신과 진료 기록 등이 핵심 증거로 꼽힌다.


A씨는 형사 고소와 별개로 대학 내 인권센터나 성평등상담소에 신고해 B교수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두 절차를 병행해 가해자를 압박하고, 지도교수 교체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신속히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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