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무죄 났으니 끝?⋯차량 앞에 사람 있는데 전진한 운전자, 민사 판결은 달랐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형사 무죄 났으니 끝?⋯차량 앞에 사람 있는데 전진한 운전자, 민사 판결은 달랐다

2026. 08. 13 13:59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도로 위 시비로 불거진 폭행·상해 민사소송서 '반전 판결'

형사 무죄에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50% 인정

"만연히 전진시킨 행위가 상해에 영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좁은 골목길이나 도로에서 마주 오는 차와 길을 비켜주는 문제로 벌어지는 '교행 양보' 시비. 가벼운 말다툼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일이, 결국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멱살잡이와 법정 공방으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창원지방법원에서는 이처럼 도로 위 시비에서 비롯된 폭행 및 상해 사건을 두고,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결론이 엇갈리는 판결이 나왔다.


형사재판에서는 차량을 이용한 상해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지만, 민사재판부는 "형사재판의 무죄가 곧 민사상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너 차에서 내려!"… 도로 위에서 벌어진 난투극


사건은 지난 2022년 12월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원고)와 B씨(피고)는 차량 교행 양보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급기야 두 사람 모두 차에서 내려 말다툼을 벌였다.


갈등은 곧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B씨가 먼저 자신의 승용차에 탑승해 차량을 이동시켰고, 이 과정에서 차 앞에 있던 A씨가 놀라 피하다 허리 뼈와 근육 손상을 입게 됐다.


화가 난 A씨가 B씨의 뺨을 때린 뒤 자신의 차에 올라타자, 분을 삭이지 못한 B씨는 A씨 차량의 운전석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앉아있던 A씨의 어깨를 잡아 억지로 끌어내린 뒤, 똑같이 뺨을 1회 후려쳤다.


형사재판 결론 "차로 다치게 한 건 무죄, 뺨 때린 것만 유죄"


이 사건으로 B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적용된 혐의는 특수상해와 폭행. 1심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창원지방법원 2023노2592)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형사재판부(재판장 윤민)는 "피고가 승용차로 원고를 충격하여 상해를 가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오직 A씨의 뺨을 때린 폭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형사재판에서, '차량으로 고의적인 상해를 입혔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는 않았다고 본 것이다.


민사재판부의 판단 "형사재판 무죄가 사실의 부존재는 아니다"


그렇다면 차량 이동으로 인해 다친 A씨의 억울함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까. 이어 진행된 민사소송(손해배상)에서 재판부(창원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이영훈)는 형사재판과는 다른 잣대를 들이밀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의 본질적인 차이를 짚으며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하여야 한다. 형사재판에서의 무죄판결은 엄격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록 범죄로서의 고의성을 입증하기엔 부족해 형사 무죄가 나왔을지언정, 타인에게 피해를 준 민사상 불법행위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강력한 선언이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원고가 차량 앞에 있음을 알고도 차량을 그대로 전진시킨 것만큼은 분명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놀라 반응하는 과정에서 다쳤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며 "차량을 만연히(함부로) 전진시킨 행위가 원고의 상해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결국, 형사재판에서는 차량 충격에 의한 상해가 무죄가 났지만, 민사재판에서는 차량 전진 행위와 상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뚜렷하게 인정한 것이다.


쌍방과실 인정해 책임 비율은 50%… 총 129만 원 배상 판결


다만 재판부는 B씨가 물어줘야 할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시비 과정, A씨 역시 B씨의 뺨을 때리는 등 갈등을 키운 점, 그리고 A씨의 기존에 앓고 있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씨의 치료비 본인부담금과 일실수입(일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을 합친 재산상 손해 159만 3,924원의 절반인 약 79만 원에,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50만 원을 더해 "B씨는 A씨에게 총 129만 6,962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