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없을까"헤어진 연인에 8번 연락, 집 찾아갔다 '스토커' 낙인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없을까"헤어진 연인에 8번 연락, 집 찾아갔다 '스토커' 낙인
"명시적 거절 없었어도 묵시적 거부"
변호인단 "혐의 인정하고 합의 통한 기소유예가 최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잠깐이라도 이야기할 수 없겠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헤어진 연인에게 한 달간 8차례 연락하고 집까지 찾아갔다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된 한 남성 A씨의 사연이다. 그의 절박한 호소는 결국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답장 없길래, 딱 한 번 찾아갔을 뿐인데" 경찰서에서 온 전화
A씨는 2년여간 교제한 연인과 지난 4월 헤어졌다.
몇 달간 침묵이 흐른 뒤, A씨는 8월부터 9월 초까지 "보고 싶다", "이야기 좀 하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8차례 보냈다. 상대방의 답은 없었다.
결국 9월 9일 밤 11시, A씨는 전 연인의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한 번 눌렀다.
응답이 없자 그는 곧바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날 밤, 그의 행동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전 연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스토킹 및 교제폭력' 경고장을 받았다.
뒤이어 "다시 연락하거나 찾아오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 연인의 싸늘한 이메일이 도착했다.
A씨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답장한 뒤 모든 연락을 끊었지만, 일주일 뒤 경찰서로부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명시적 거절' 없었는데도 스토킹? 변호사들 "묵시적 거부로 충분"
A씨는 상대가 명시적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시각은 달랐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할 경우 성립하는데, A씨의 사례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문자 등을 보내는 행위가 스토킹"이라며 "본건은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모든 연락에 일절 응답하지 않은 것 자체가 '묵시적인 거절 의사'로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경찰에 신고한 행위는 그간의 모든 접근이 상대 의사에 반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길의 길기범 변호사는 "특히 9월 9일 야간 방문 행위가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혐의 인정하고 합의해야"
변호사들은 A씨가 무죄를 주장하기보다는,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공포심이나 불안감 유발 여부를 다툴 수는 있으나, 합의 및 재발 방지 대책에 중점을 둬 기소유예 처분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성공적인 합의를 위한 조언도 이어졌다.
김준성 변호사는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면 무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연락,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한 후 합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경찰 경고 이후 일체 접촉하지 않은 점은 방어 사유로 적극 주장할 수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매달리고 싶었던 마음을 설명하되, 괴롭힘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하고 철저히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씨의 행동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초범이고 경고 이후 즉시 행동을 멈춘 점 등을 들어 '기소유예'라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한때 사랑했던 연인에게 '스토커'로 낙인찍힌 A씨가 법의 선처를 받아 재기할 수 있을지, 그 결과는 그의 진심 어린 반성과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에 달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