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하겠다"는 통보…섣부른 사과가 '독배'가 되는 이유
"파혼하겠다"는 통보…섣부른 사과가 '독배'가 되는 이유
여자친구 있는 남자와 3년 관계, 예비신부에게 발각돼 소송 위기…변호사들, "섣부른 사과는 자백 증거, 절대 먼저 연락 말라" 만장일치 경고

약혼자가 있는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 그의 예비 신부로 부터 '파혼' 통보를 받은 여성이 법적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최근 카톡에 '만나자, 자고 가겠다'고 대화했는데, 예비 신부가 본 것 같아요." 3~4년간 관계를 이어온 남성의 결혼 준비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모자라, 예비 신부에게 관계가 발각되며 파혼 통보까지 받은 한 여성.
당황한 나머지 사과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는 그녀에게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섣부른 사과는 법정에서 당신의 목을 조를 '자백'의 증거가 된다"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약혼 파기에 따른 위자료 소송의 칼날 앞에서 생존하기 위한 법적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네? 네?"…하늘이 무너지는 파혼 통보 전화
A씨는 3~4년 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과 관계를 이어왔다.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그가 결혼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A씨는 관계를 정리하려 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는 남성의 예비 신부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예비 신부는 A씨와 남성이 나눈 "만나자", "자고 가겠다" 등의 내밀한 카카오톡 대화까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예비 신부는 A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파혼하겠다"고 차갑게 통보했다. A씨는 "너무 당황해서 '네? 네?' 하다가 끊어버렸다"며 "사과를 해서 선처를 받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법률 자문을 구했다.
한순간에 상간자 소송이라는 거대한 법적 폭풍의 한가운데 서게 된 것이다.
"섣부른 사과는 자백 증거"…변호사들의 만장일치 경고
A씨의 절박한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목소리로 '섣부른 대응 금지'를 외쳤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단순 사과 자체가 곧바로 법적 책임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과 과정에서 관계의 내용(성관계, 기간), 약혼 인지 시점, ‘내가 잘못했다’는 취지의 구체적 자백이 문자로 남으면 상대방이 소송에서 핵심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구체적인 위험성을 지적했다.
당황한 마음에 보내는 사과나 선처를 구하는 행위가 되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태희의 민경남 변호사 역시 "당황스러운 마음에 섣불리 개인적인 연락을 취하여 사과하거나 선처를 구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모든 주장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남게 되어 향후 소송 과정에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큽니다"라고 강조했다.
파이브스톤즈 법률사무소의 김대희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부정행위 사실은 상대 여성이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절대 먼저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식으로 대응해선 안 되겠습니다"라며 섣부른 인정의 위험성을 재차 경고했다.
'상간' 아닌 '약혼 파기'…3000만 원? "다투어 감액해야"
이번 사건은 법률상 부부가 아닌 '예비부부' 관계를 침해했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상간 소송과 법적 성격이 다르다.
법률사무소 정리 신도성 변호사는 "법률상 혼인관계가 아닌 약혼 상태였으므로, 기혼자의 배우자가 제기하는 전형적인 상간 소송과는 법적 성격이 다소 다릅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정식 혼인관계가 아니더라도, 결혼을 약속한 '약혼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제3자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이 때문에 예비 신부가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상간소송의 손해배상청구금액은 3,000만원 정도인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이를 다투어 기각시키거나 감액을 받아야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3,000만 원이라는 금액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관계의 기간, 약혼 사실 인지 시점, 파혼에 미친 영향 등을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다퉈 책임 범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나 홀로 해결'은 금물…"변호사 조력이 안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복잡한 법적 분쟁의 갈림길에서는 '나 홀로 해결'이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우선의 이민철 변호사는 "당사자 간에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다 오히려 갈등이 격화되거나 불리한 상황에 처할 여지가 있으므로, 제3자인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객관적으로 접근하시는 것이 안전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소송 가능성이 현실화된 이상, 감정적인 대응이나 어설픈 합의 시도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위자료 감액이나 기각을 위한 최적의 방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첫걸음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