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혐의 부인하며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해…검찰 송치 및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가해자가 혐의 부인하며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해…검찰 송치 및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수사 보조 수단’일 뿐, 재판에서 독립된 증거로 효력 가지지 않아
거짓말탐지기는 수사단계에서 ‘심증 굳히기’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하며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했는데, 그 결과가 검찰 송치 및 재판에 어떤 영향 미칠까?/셔터스톡
A씨가 성범죄 피해를 당해 고소를 진행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가해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 조사에 응했다. 가해자는 현재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고 한다.
A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정신과 약물을 복용 사실이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될까 염려한다.
그는 가해자가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데 거짓말탐지기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 또 그가 심신미약을 주장할 수도 있을지, 변호사에게 물었다.
피검자가 정신과 약물 복용 중이라면, 거짓말탐지기 신뢰도는 더 낮게 평가돼
법률사무소 조율 조가연 변호사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수사 보조 수단’일 뿐, 재판에서 독립된 증거로 효력을 가지지는 않는다”며 “법원은 이를 증거로 직접 인정하지 않고, 수사기관이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그 효용성을 설명한다.
법무법인 정향 김연수 변호사는 “실제로 제가 피해자 측을 대리한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진실 반응’ 결과를 받았음에도 오늘 법원은 이를 배척하고 유죄를 선고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조가연 변호사는 “특히 A씨의 경우처럼 피검자가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생리적 반응 자체가 왜곡될 수 있어 신뢰도는 더 낮게 평가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사건의 핵심은 여전히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확보된 객관적 증거, 주변 정황 자료”라고 그는 강조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가 수사단계에서는 상당한 영향력 가질 수 있어
그러나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가 수사단계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는 재판 단계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으나, 그 전의 수사단계에서 ‘심증 굳히기’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거짓말탐지기는 양 당사자 사이의 진술이 많이 엇갈릴 때 실시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가 나온 후에 송치, 불송치 결론이 나는 일이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안 변호사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고 그 이후 추가 조사가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2~3달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정신과 치료 이력만으로는 심신미약이 쉽게 인정되지 않아
가해자가 정신과 치료 이력에 따른 심신미약 주장을 할 가능성을 두고도 변호사들은 그 결과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로티피 법률사무소(LAWTP) 최광희 변호사는 “피의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하더라도 단순 치료 이력만으로 감형이 쉽게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안영림 변호사는 “정신과 치료 사실만으로 심신미약이 쉽게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단순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의 경우에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가연 변호사는 “법원이 심신미약을 인정하려면 당시 범행 시점에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는 점이 의학적·법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며 “성범죄 사건에서는 일반적인 우울증·불안장애 약물 복용만으로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