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협박범에 시달리던 14세 소녀의 구원자…알고 보니 그놈이 그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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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협박범에 시달리던 14세 소녀의 구원자…알고 보니 그놈이 그놈이었다

2025. 09. 26 13:1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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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켜줄게" 속삭인 남자의 두 얼굴

1인 2역 자작극으로 성착취

구원자를 자처하며 14세 소녀에게 접근한 남성이 협박범과 자신이 같은 인물임을 숨기고 성착취물을 제작·성매매를 강요했다. /셔터스톡

자신의 나체 사진을 손에 쥔 협박범에게 온라인으로 시달리던 14세 소녀 B양. 절망의 늪에 빠져있던 B양 앞에 한 남성이 구원자처럼 나타났다. 재력을 과시하며 접근한 그는 "너를 협박하는 그놈에게 내가 대신 돈을 보내주겠다"며 B양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는 더 깊은 지옥으로 향하는 출입구였다.


구원자를 자처했던 남성 A씨는 이내 추악한 본색을 드러냈다. "내가 너를 위해 협박범에게 많은 돈을 썼으니, 그 대가로 나와 성관계를 해야 한다."


A씨는 자신이 만든 가상의 빚을 빌미로 B양을 성적으로 착취했다. 협박범과 구원자, 1인 2역 연극의 주인공은 모두 A씨 한 사람이었다.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10대 소녀에게 성매매까지 강요한 A씨에게 항소심 법원은 1심과 같은 징역 5년의 중형을 확정했다.


구원자와 협박범의 IP 주소는 같았다

재판 내내 A씨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자신 역시 제3의 협박범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14세인 B양과 성관계를 한 사실(아동·청소년 성매수)은 인정했지만, 성착취물을 만들고 성매매를 강요한 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협박범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와 협박범이 동일 인물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협박범이 성매매 알선을 위해 트위터(현 X)에 접속할 때 사용한 IP 주소가 A씨가 자신의 은행 앱에 접속할 때 쓴 IP 주소와 일치했다. 불과 4분 간격으로 같은 IP가 사용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협박범과 피고인이 다른 사람인데 같은 시간에 동일한 유동 IP를 할당받았을 개연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협박범이 B양에게 지정해 준 성매매 장소는 A씨의 오피스텔 바로 옆 건물 지하주차장이었으며, B양이 성매매로 번 돈은 고스란히 A씨의 계좌로 입금됐다. A씨는 "협박범의 요구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일면식도 없는 피고인을 통해 성매매 대금을 전달받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끝까지 "나도 피해자" 주장…징역 5년 확정

1심 재판부는 "성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고, 범행 수법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인과 협박범이 무관하다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정황이 많다"며 A씨의 사실오인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또한 "수긍하기 어려운 변명을 일삼으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A씨의 알선으로 B양과 성매매한 남성 4명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참고]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 2024고합39 판결문 (2024. 7. 16. 선고)

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 2024노2272 판결문 (2025. 1. 16.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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