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있는 의사라 문제없다?"... 박나래가 간과한 치명적 '함정'
"면허 있는 의사라 문제없다?"... 박나래가 간과한 치명적 '함정'
의료법상 '장소 제한' 위반 시 면허 있어도 불법
'주사 이모' 알고 불렀다면 처벌 가능성 배제 못 해

박나래 프로필
방송인 박나래 씨가 자택 등에서 이른바 '주사 이모'를 불러 링거를 맞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뜨겁다. 박 씨 측은 "해당 지인은 간호조무사가 아닌 면허를 가진 의사"라며 불법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대중은 "의사에게 맞았다면 합법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의사 면허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병원 문 밖을 나서는 순간 '불법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누가' 했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주사 이모'와 박나래, 그 날의 진실
사건의 발단은 박나래 씨가 서울 모처의 오피스텔과 자택, 차량 등에서 지인 A씨로부터 수액 링거 주사를 맞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업계에서 통칭 '주사 이모' 혹은 '주사 아줌마'로 불리는 이들은 병원이 아닌 사적인 공간을 방문해 주사를 놓아주는 방문 의료 업자를 뜻하는 은어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임현택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A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박 씨 측의 해명대로 A씨가 의사 면허 소지자가 맞다면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는 벗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의료행위가 이루어진 장소'다.
반전의 핵심, '장소'가 유죄를 만든다
의사가 왕진 가방을 들고 환자의 집을 찾아가는 모습, 드라마에서는 흔하지만 현실 법리에서는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원칙적으로 개설된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업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응급환자 진료나 가정간호 등 특별한 예외 사유가 없는 한, 의사가 집으로 찾아가 링거를 놓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다.
법원은 이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판례는 "의료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행위는 국민 보건위생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화 등을 통한 원격지 처방이나 임의 왕진을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한 바 있다(인천지방법원 2022. 4. 21. 선고 2021노1538 판결).
즉, 박 씨 측 주장대로 A씨가 의사라 하더라도, 응급 상황이 아닌 단순 피로 해소나 미용 목적으로 오피스텔 등에서 주사를 놨다면 의료법 제33조 위반(의료기관 외 의료행위)에 해당해 처벌받을 수 있다.
환자는 처벌 안 받는다? '공모' 여부가 관건
일반적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받은 환자는 처벌 규정이 없어 형사 책임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다르다. 박 씨가 단순 수진자를 넘어 '범행의 공모자' 혹은 '방조범'이 될 수 있다는 법적 분석이 제기된다.
쟁점은 박 씨의 '인식(고의)' 여부다. 박 씨가 A씨를 부를 때 '주사 이모'라는 은어를 사용했는지, 정상 진료비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했는지, 은밀하게 장소를 제공했는지 등이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만약 박 씨가 정상적인 의료 행위가 아님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주사를 요청했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법원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교사한 경우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무면허 의료행위를 교사한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울산지방법원 2023. 11. 10. 선고 2023노481 판결).
'미필적 고의'의 함정, 수사 향방은?
결국 박 씨가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려면 "정말 합법적인 왕진 의료행위인 줄 알았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피스텔이나 차량이라는 장소의 특수성, 그리고 '주사 이모'라는 명칭의 통상적 용례를 고려할 때, 위법성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기엔 법리적 방어벽이 얇아 보인다.
의료법의 취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있다. 편의를 위해 병원 밖에서 행해지는 은밀한 의료 행위는 자칫 쇼크 등 응급 상황 대처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수사 당국이 박 씨의 행위를 단순한 의료 서비스 이용으로 볼지, 아니면 불법 의료 관행에 적극 가담한 공범으로 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연예계에 만연한 '프라이빗 의료 서비스'의 위법성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