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가 빌려준 돈, 아들이 대신 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 "문제없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빌려준 돈, 아들이 대신 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 "문제없다"
짐 정리 중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차용증을 발견한 A씨
공증받지 않은 차용증도 효력이 있을까? 변호사 "승소 가능성 크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 방에서 찾은 차용증. 아버지가 빌려준 돈을 아들이 대신 받을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두 달 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아버지. A씨는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이 눈에 띄었다. 아버지가 살아생전에 받아 둔 '차용증'이었다.
차용증의 내용은 아버지가 친구에게 3000만 원을 빌려주었고, 2018년 12월까지 이 돈을 갚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차용증을 본 A씨는 아버지의 은행 통장 거래 내용을 확인해봤다. 그러나 어디에도 3000만원이 입금된 기록은 없었다.
A씨는 자신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 A씨는 차용증 외에도 돈을 빌린 것과 아직 갚지 않은 사실에 대한 증거를 여러 개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차용증이 공증을 받지 않은 수기 차용증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더불어 고인이 된 아버지 외에 누구도 정확한 내용을 모른다는 점도 걱정이라고 했다. 돈을 빌려간 상대방이 이 점을 악용해 거짓말을 한다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변호사들은 A씨가 상속인 자격으로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법률사무소 황금률의 박성현 변호사는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상속이 개시돼, 그의 채권·채무가 직계비속(直系卑屬·아들, 딸과 같이 직선으로 내려가는 후손)에게 상속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A씨가 차용증 등을 근거로 상대방에게 대여금(빌려준 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더불어 박 변호사는 "차용증에 2018년 12월까지 갚기로 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소멸시효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며 "만약 상대방이 갚지 않으면 소송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법승의 이서인 변호사도 "A씨가 아버지의 채권을 상속받았다면, 빌려준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다만, A씨는 자신의 상속분만큼만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따라서 A씨에게 공동상속인이 있다면 함께 청구하면 되고, 합의를 통해 채권을 단독으로 상속받으면 채권액 전액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고 변호사들은 조언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채무가 없는지 먼저 확인하라는 것이다. 급한 마음에 채권부터 확보했다가는 나도 몰랐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더 큰 채무가 드러나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현 변호사는 "아버지의 채무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채권추심을 했다가 드러나지 않고 있던 채무가 채권보다 많으면 낭패"라며 "먼저 상속인금융거래 조회 등을 통해 상속재산을 확인해보고, 채무가 있으면 상속 한정승인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상속 한정승인'은 상속 재산 범위 내에서 물려받은 빚을 갚겠다는 조건을 걸고 상속을 받는 것이다.
변호사 박태언 법률사무소의 박태언 변호사도 "아버지 유산에 대한 상속을 어떻게 할지 결정한 후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A씨가 걱정하는 대로 공증을 받지 않은 수기 차용증에 대한 효력은 인정받을 수 있을까.
법무법인 법승의 김규태 변호사는 "차용증이 공증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상대방이 차용 사실을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데, 아버지가 상대방의 통장으로 금액을 지급한 내역과 차용증을 증거로 제출한다면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또한 돈을 빌려준 당사자(아버지)가 없어 빌려준 돈을 받기가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대해, 변호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법률사무소 훈의 권오훈 변호사는 "A씨는 아버지가 돈을 빌려준 사실만 입증하면 된다"며 "이는 차용증, 휴대전화 통화내용, 은행 통장 거래내역 등을 통해 충분히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빌려 간 사람이 "이미 갚았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서도 권 변호사는 "걱정할 필요 없다"며 "변제 사실에 대한 입증은 채무자가 해야 한다"고 했다. 즉, 상대방이 빌려 간 돈을 이미 갚았다는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이서인 변호사도 "상대방이 거짓말을 한다 하더라도 법원은 오로지 증거로만 사실관계를 파악한다"고 했다. 즉, A씨는 오직 '돈을 빌려줬다' 는 사실 입증에 주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