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속 지시받은 업무 하다 사망한 환경미화원…변호사들 "구청 책임 인정될 것"
태풍 속 지시받은 업무 하다 사망한 환경미화원…변호사들 "구청 책임 인정될 것"
태풍 속 '가로수 복구' 지시받은 환경미화원의 사망
유족 "업무 지시한 구청 책임" vs 구청 "대비할 수 없던 천재지변, 책임 없다"
변호사들 "구청 측 손해배상책임 인정될 가능성 크다", 그 이유는?

지난 2019년 태풍 '링링' 당시 환경미화원 A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태풍 속에서 작업을 하다 숨졌다. 유족은 구청의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구청은 "대비할 수 없던 천재지변"이라며 반박했다. 이들의 법적 공방, 결말은 어떻게 될까?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2019년, 국내에서 약 40명의 사상자를 냈던 태풍 '링링'. 당시 초속 50m가 넘는 위협적인 강풍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일하다가' 사망한 사람이 있었다.
환경미화원 A씨였다. 당시 A씨는 서울시 광진구 인근에서 '쓰러진 가로수를 복구하라'는 구청의 지시를 받고 작업에 투입됐다. 결국 작업 도중 강풍에 또 다른 가로수가 쓰러지며 A씨의 머리를 강타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유족은 당시 작업을 지시한 광진구청에 A씨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구청 측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로톡뉴스는 변호사들과 함께 해당 소송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해봤다.
변호사들은 "알려진 사실관계로 판단했을 때 구청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①당시 구청이 A씨에게 해당 업무를 지시한 것 자체가 위법했고, ②"미리 대비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는 구청 측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①에 대해 법무법인 로베이스의 최승준 변호사는 '광진구 환경미화원 고용 및 근무 규칙'을 짚었다. 해당 규칙은 환경미화원의 업무 범위로 폐기물 수거⋅도로 청소 등을 적시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규칙에 따르면 가로수의 '복구'는 환경미화원의 업무가 아니다"라며 "구청 측 업무 지시는 위법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여율의 박세우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구청은 강한 태풍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업무 관련 전문적인 능력이 없는 A씨를 투입하면서도 안전모 지급 등 기본적인 조치만 취했다"며 "안전배려의무를 철저히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것"이라고 봤다.
법률 자문

현재 구청 측은 책임을 부인하며 "수목이 날아와 머리를 강타하는 일은 미리 대비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어떠한 안전보건조치를 했더라도 (사고를) 방지하기 어려웠을 것(②)"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설득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세우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이미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적이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1993년, 당시 대법원은 "매년 태풍이 동반되는 장마철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후 조건에서 비바람으로 나무들이 쓰러질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설사 천재지변이라는 주장이 인정되더라도, 최승준 변호사는 "구청 측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그 근거는 산업보건법에 있었다. 해당 법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 사업주(이번 사안에서 구청)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8조 제3항 제3호, 제4호).
최승준 변호사는 "해당 조항이 사업주에 대해 천재지변에 대한 예방 조치 의무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만큼, '천재지변'이라는 주장 그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어 "구청 측이 A씨에게 안전모를 제공하는 것 정도에 그쳤다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구청에서 유가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