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해 놓은 빌라, 나 몰래 매매하려는 며느리…소유권 되찾아 올 수 있나
'명의신탁'해 놓은 빌라, 나 몰래 매매하려는 며느리…소유권 되찾아 올 수 있나
지난 2월 대법원 "명의수탁자가 임의로 부동산 처분해버려도 횡령죄 안돼"
형사상 처벌은 불가능하지만, 민사에서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 인정
취득 비용, 재산세 납부내역 등 증거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가능

서울에 빌라를 하나 매입하고 며느리의 명의로 해뒀던 A씨. 그런데 며느리가 A씨 모르게 이 빌라를 매매하려고 한 사실을 알게 됐다. 빌라 소유권을 다시 가져오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서울에 빌라를 하나 매입한 A씨. 이를 A씨 이름 대신 무주택자였던 며느리의 명의로 해뒀다. 일명 '명의신탁'이었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알았지만, 가족 간에 한 약속 정도로 생각했다. 이름만 며느리 앞으로 해두었을 뿐, 이후 각종 세금 등은 A씨가 납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가 이 빌라를 매매하려고 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전혀 몰랐던 일. 이에 다시 소유권을 가져오려고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을 걸어둔 상태지만, 며느리도 가만히 있지 않고 법원에 제소명령을 신청했다. 제소명령이란, 가처분 등을 신청한 채권자에게 본안 소송을 제기하라고 명령하는 것. 법원이 A씨에게 "소송을 제기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함으로써, 법적으로 소유권을 다퉈보겠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며느리의 이런 태도에 당황스러운 A씨. 빌라 소유권을 다시 가져오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부동산 명의신탁은 부동산을 실제로 소유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소유권 등기를 하는 것이다. 1995년 부동산실명제의 실시로 이런 차명 부동산 소유는 '불법'이 됐다.
그런데도 그동안 우리 법원은 차명 부동산을 넘겨받은 '명의상 주인'이 '진짜 주인'의 부동산을 함부로 매각했을 때, '명의상 주인'을 횡령죄로 다스렸다. '진짜 주인'이 부동산 실명제를 어기긴 했어도, 부동산을 빼앗겼다면 '명의상 주인'을 처벌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대법원은 명의상 주인이 진짜 주인 몰래 부동산을 팔더라도, 횡령죄로 처벌하진 않겠다고 공표했다. 법을 어긴 위법한 관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이러한 대법원 태도에 따르면, A씨는 며느리가 빌라를 팔아버려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걸까. 지난 6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그건 아니다.
당시 재판부는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수탁자(명의상 주인)가 명의신탁자(진짜 주인)로부터 넘겨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명의수탁자에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지난 2월 대법원 판례가 명의신탁 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이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지, 신탁자의 소유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A씨도 며느리가 부동산을 임의 처분한다면, 이에 대한 민사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현재 A씨는 며느리의 임의 처분을 막기 위해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이고, 이로 인해 법으로부터 제소명령 받은 상황이다. 이를 본 변호사들은 A씨가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는 "제소명령의 제소 기한 내에 소송을 접수하고 그에 대한 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해 두어야 가처분이 취소되지 않으니 유념하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동률의 강동호 변호사도 "법원의 제소명령 결정이 송달된 이상, 일정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이 빌라 취득 및 관리, 유지 과정이 모두 A씨의 노력과 돈으로 되었고, 며느리는 형식상 명의만 대여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두라"고 했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부동산 취득 비용과 재산세 납부내역 등을 증거자료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진행하면 소유권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