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노예 계약서’ 들이밀며 “빌려준 2730만원 갚아라”…회심의 증거는 가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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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노예 계약서’ 들이밀며 “빌려준 2730만원 갚아라”…회심의 증거는 가짜였다

2025. 08. 12 10:3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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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의심 문서에 발목 잡혀 패소

연인에게 건넨 2,730만 원을 돌려받으려다 위조 차용증 제출이 드러난 남성이 1심·항소심 모두 패소했다. /셔터스톡

연인에게 건넨 2,730만 원을 돌려받기 위해, 상대방이 ‘성노예 계약서’라 부른 문서를 증거로 제출한 남성 A씨가 법의 심판대에서 완패했다. 연인 관계를 빌미로 한 비상식적 계약의 효력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였던 이 사건은, 법원이 A씨가 제출한 차용증 자체가 ‘위조’되었다고 판단하면서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았다.


A씨는 2022년 가을, 당시 교제하던 여성 B씨에게 총 2,730만 원을 건넸다. 사랑이 식자 A씨는 이 돈이 ‘대여금’이었다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의 손에는 B씨의 서명이 담겼다는 차용증이 들려 있었다.


이에 맞선 B씨의 주장은 충격적이었다. B씨는 해당 금전이 "연인 관계에서 호의로 받은 증여"라고 일축하며, A씨가 제출한 차용증에 대해 두 가지 핵심 주장을 펼쳤다.


첫째, 차용증은 위조되었다는 것.

둘째, 설령 진본이라 해도 그 내용은 "피고의 인격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극히 제약하는 일종의 성노예계약 또는 성매매계약"으로, 사회질서에 반하여 원천 무효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인격과 자유를 억압하는 계약은 우리 민법상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규정돼, 당사자 간 합의가 있었더라도 법적 효력을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 A씨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문서를 스스로 법정에 제출한 셈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이 ‘성노예 계약서’ 논란을 비껴갔다. 재판부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원고인 A씨에게 있는데, A씨가 유일하게 내세운 증거인 차용증의 진위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법원은 필적 감정을 진행했고, 그 결과는 A씨에게 치명타가 됐다. 감정 결과, 차용증에 적힌 필체와 B씨의 실제 필체는 "다른 필적으로 보인다"는 결론이 나왔다. A씨가 승소를 위해 기댔던 단 하나의 동아줄이 ‘위조된 문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 것이다.


결정적 증거가 휴지 조각이 된 순간, A씨의 주장은 설 자리를 잃었다. 서울동부지법 제2-2민사부(재판장 김형작)는 "차용증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기 부족하여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다른 증거도 없다"고 명시했다.


결국 A씨의 청구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기각됐다. 연인 간의 금전 거래를 빌미로 인격권을 침해하려는 시도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허술한 증거 조작은 법정에서 가장 먼저 심판받는다는 냉엄한 사실을 보여준다.


[참고] 서울동부지방법원 2024나27631 판결문 (2025. 5. 30.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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