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 떨어진 캐리어에 전치 6주… 가해자가 외국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굴러 떨어진 캐리어에 전치 6주… 가해자가 외국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

20kg 여행가방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굴러 떨어져 여성에게 중상을 입혔다. /셔터스톡
"망치로 머리와 가슴을 맞은 것처럼 너무 아팠다."
피해자 송 모 씨의 절규다. 아파트 5층 높이의 공항철도 에스컬레이터 위, 한 남성이 잠시 놓친 20kg짜리 여행 가방은 흉기가 되어 송 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송 씨는 뇌출혈과 갈비뼈 골절 등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고,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각을 잃는 등 끔찍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순간의 부주의가 낳은 비극. 피해자는 어디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만약 가해자가 외국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심층 분석했다.
가해자 처벌: ‘과실치상죄’ 형사처벌과 민사 책임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다. 가해자는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우선 형사적으로는 형법 제266조의 과실치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처럼 경사가 있는 공공장소에서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사람은 가방이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아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 이를 소홀히 해 타인을 다치게 했으므로 명백한 과실에 해당한다. 이 경우 가해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피해자가 입은 모든 손해를 물어줘야 할 민사 책임도 뒤따른다. 우리 민법은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배상: 치료비부터 위자료까지 청구 가능
피해자 송 씨는 가해자를 상대로 사고로 인해 발생한 모든 유무형의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배상 범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① 적극적 손해
뇌출혈, 갈비뼈 골절 등에 들어간 치료비는 물론, 후각 상실 등 후유증 치료에 필요한 향후 치료비와 간병이 필요했다면 간병비까지 포함된다.
② 소극적 손해
입원과 치료로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휴업손해와 후유장애로 노동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경우 미래의 수입 감소분에 해당하는 장해손해도 청구할 수 있다.
③ 정신적 손해
사고로 인한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금, 즉 위자료도 당연히 청구 대상이다.
배상 청구는 가해자와의 직접 합의나 보험사를 통한 합의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만약 합의가 원만하지 않다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형사 고소와 함께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가해자가 외국인이라면?
만약 가해자가 이미 본국으로 돌아가 버린 외국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외국인이라도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일으킨 사고에 대해서는 국내법에 따라 동일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몇 가지 중요한 초기 대응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증거와 신원 정보다. 사고 직후 CCTV 영상을 확보하고, 가해자의 여권번호, 국내 체류지 등 인적 사항을 반드시 파악해둬야 한다. 가해자가 책임을 회피하고 출국할 우려가 있다면, 수사기관을 통해 출국금지 조치를 신속하게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설령 가해자가 이미 출국했더라도 소송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국제사법에 따라 사고 발생지인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권리(국제재판관할권)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휴가철 들뜬 마음속에 잊기 쉬운 안전 수칙이 타인에게는 평생의 고통을 안기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편의를 위해 놓아버린 손잡이 하나가 무거운 법적 책임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