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불명에 빠진 아버지의 예금이 몽땅 사라졌다, 동거녀의 주머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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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불명에 빠진 아버지의 예금이 몽땅 사라졌다, 동거녀의 주머니 속으로

2021. 10. 25 13:00 작성2021. 10. 25 14:08 수정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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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쓰러진 틈 타, 통장 잔고 몰래 옮긴 동거녀

"빚 받을 게 있어서 가져간 것뿐" 주장

변호사들 "이 행동, '컴퓨터등 사용 사기죄'입니다"

매달 A씨가 적지 않은 생활비를 보내주었는데도, 아버지 통장의 잔고는 0원이라고 했다. 확인해 보니 아버지의 돈이 모두 낯선 계좌로 이체돼 있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죄송하지만, 통장 잔고가 0원입니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은 A씨. 아버지의 통장 잔고부터 확인했는데, 돌아온 은행 직원의 말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매달 A씨가 적지 않은 생활비를 보내주었는데도, 잔고가 한 푼도 없다는 말을 믿기 어려웠다. 이에 확인해 보니 아버지의 돈이 모두 낯선 계좌로 이체돼 있었다.


이처럼 아버지의 돈을 모두 가져간 사람은 몇 년 전부터 아버지와 함께 지내기 시작했던 동거녀 B씨였다. B씨는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이 된 이후부터, 야금야금 잔고를 자기 통장으로 옮겨둔 상태였다. 알고 보니 아버지가 의식을 잃기 전에 다른 용도로 잠시 알려줬던 비밀번호를 이용해, 직접 통장 잔고를 모두 옮겼던 것.


B씨는 "아버지가 내게 진 빚이 있어서 그랬다"며 "아버지도 허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식불명인 사람 몰래 돈을 가져가 버린 동거녀 B씨. A씨는 아버지가 가장 어려운 때 이 같은 행동을 한 B씨를 용서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B씨가 몰래 가져간 이 돈을 돌려받을 수는 없을까?


변호사들 "컴퓨터등 사용 사기죄 해당"

A씨 사연을 들은 변호사들은 "B씨의 행위가 컴퓨터등 사용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채무 상환이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남의 정보 등을 입력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 등을 취하는 경우를 말한다(형법 제347조의2). 아버지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B씨가 임의로 통장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계좌에서 돈을 빼간 행위도 여기 해당한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동거녀 B씨가 통장 주인인 A씨의 아버지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고, 임의로 현금카드 등을 이용해 돈을 이체한 경우로 보인다"며 "이는 컴퓨터등 사용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이같은 컴퓨터등 사용 사기죄의 피해자는 '통장 주인'이 아니라 그 통장을 관리하는 '은행'이라는 점이다.


대법원 판례도 같은 태도를 보인다(2006도2704). 친척 소유의 예금 통장을 훔쳐서 ATM기에 넣고, 자기에게로 잔고를 이체한 사람의 사건이 그랬다. 이 사건을 두고 우리 대법원은 "해당 범죄의 피해자는 통장을 잃어버린 친척이 아닌 문제의 거래가 이뤄진 은행"이라고 봤다. 불법적으로 통장 잔고를 옮기는 바람에, 은행으로선 이체된 예금만큼을 이중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피해 은행이 직접 B씨를 고소하거나, A씨가 B씨를 고발하는 방식으로 컴퓨터등 사용 사기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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