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눈물도 연기였다…남편의 '중혼' 숨긴 시댁 식구들, 처벌 피할 수 없는 이유
상견례 눈물도 연기였다…남편의 '중혼' 숨긴 시댁 식구들, 처벌 피할 수 없는 이유
"혼인신고 나중에 하자"던 남편
알고 보니 처자식 있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인의 소개로 만난 완벽한 매너의 재력가 남편은 A씨에게 완벽한 신랑감이었다. 그는 "해외 출장이 잦으니 혼인 신고는 나중에 하자"며 결혼을 서둘렀고, 호텔에서 성대한 식을 올렸다. 상견례 자리에서 시부모는 "참한 색시를 만났다"며 눈물을 흘렸고, 시누이는 "몸만 오라"며 사연자를 살갑게 챙겼다. 하지만 이 모든 행복은 '트루먼쇼' 같은 연극이었다.
결혼 후 남편의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낯선 여자가 배우자로, 한 아이가 자녀로 기재되어 있었다. 남편은 이미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사기 결혼에 경악해 따져 묻는 A씨에게 시어머니는 "어차피 끝난 사이다. 네가 첩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살면 안 되겠니?"라는 충격적인 본색을 드러냈다. 남편은 무릎을 꿇고 매달리며 "위자료로 10억 원을 주겠다"는 각서를 쓰고 공증까지 마쳤다. 이 비극적인 사기극의 법적 쟁점을 짚어봤다.
이혼 소송 아닌 '사실혼 부당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법적으로 이 사안은 '중혼적 사실혼'에 해당한다. 우리 법은 일부일처제 원칙에 따라 중혼적 사실혼을 원칙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이재현 변호사는 1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법률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혼 소송을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에 법적 부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혼 부당 파기'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우자가 기혼 사실을 숨기고 사실혼을 유지한 것은 명백한 기망 행위이므로, 이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10억 원 적힌 공증 각서, "전액 인정은 어려워"
남편이 공증까지 마친 '10억 원 지급'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 효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각서 내용이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현 변호사는 "부부나 연인 관계에서 감정적 격앙 또는 심리적 압박 상태에서 작성된 과도한 금전 지급 약정은 법원이 그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편이 아내에게 폭언 사과의 의미로 5억 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사건에서, 법원은 이를 통상적인 규모를 초과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판단해 5,000만 원만 인정한 판례가 있다. A씨의 경우에도 10억 원 전체가 아닌, 법원이 용인하는 한도 내에서만 위자료가 인정될 확률이 높다.
연기한 시댁 식구들도 '공동 불법 행위' 책임 피할 수 없어
A씨를 완벽하게 속인 것은 남편만이 아니다. 상견례와 결혼식에서 가족 연기를 펼친 시댁 식구들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재현 변호사는 "시댁 식구들이 남편의 기혼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속이고 결혼을 진행했다면 이는 공동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며 "남편뿐만 아니라 시댁 식구들을 상대로도 위자료 청구 소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A씨가 본처로부터 상간 소송을 당할 위험은 낮다. 남편의 혼인 사실을 전혀 몰랐던 A씨에게는 부정행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형사상 사기죄의 경우, 단순히 미혼이라고 속인 것만으로는 처벌이 어렵지만 결혼을 빌미로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면 성립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