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지하철 지나가다 다른 사람과 부딪혔는데 "당신 때문에 다쳤으니 책임져"
혼잡한 지하철 지나가다 다른 사람과 부딪혔는데 "당신 때문에 다쳤으니 책임져"
과실치상 혐의 벗기 어려워⋯처음 부딪힌 사람의 과실 입증 어렵다면 합의가 최선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혀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씩 있을 것이다. A씨는 그 일로 고소를 당했다. /셔터스톡⋅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혀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씩 있을 것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A씨도 얼마 전 그런 일을 겪었다. 출근 시간, A씨는 지하철을 타러 이동하던 중 옆으로 뛰어가던 다른 사람과 어깨가 부딪혔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A씨는 옆으로 휘청이게 됐고, 때마침 자신의 옆을 지나던 사람과 부딪혔다.
이 일로 넘어진 상대방은 A씨를 향해 욕설을 뱉으며 삿대질을 했다. A씨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A씨는 우선 사과를 하고, 지하철에 올랐다.
그런데 며칠 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A씨와 부딪혀 넘어졌던 사람이 대퇴부 골절상을 입었고, 이를 이유로 A씨를 고소했다고 했다.
경찰 조사를 받게 된 A씨는 억울했다.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합의 요구도 거절했는데 얼마 뒤 A씨 사건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변호사들은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정평의 김형석 변호사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는 의미는 행인이 넘어져 다치는 과정에
A씨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변호사 김병현 법률사무소'의 김병현 변호사는 "의도치 않은 부분에서 사건이 발생했기에 억울할 면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과실치상' 부분에 대하여 무죄가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대환의 김훈찬 변호사도 "경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덧붙여 "지금이라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무혐의 주장을 할 것인지, 아니면 합의할 것인지 판단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조언했다.
A씨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그 상황'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다른 사람과 부딪힌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A씨도 지나가던 행인과 부딪히면서 어쩔 수 없이 피해자와 충돌이 있던 상황인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로의 임영혁 변호사도 "사고 당시의 상황이 녹화된 CC(폐쇄회로)TV를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지하철 1~8호선 내 역사와 전동차 CCTV는 촬영일로부터 7~30일 동안 보관한다. 9호선의 경우 역사는 촬영일로부터 7~30일 동안, 전동차는 촬영일로부터 4일 동안 보관한다고 운영 방침을 정해뒀다. 다만 장비 저장능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임 변호사는 "CCTV를 통해 A씨의 과실이 없거나, 현저히 적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향후 재판이나 합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심지연 변호사 역시 "당시 상황을 토대로 어느 정도 과실이 있는지 정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먼저 A씨와 부딪혔던 사람의 신상 파악을 수사기관에 요청해 두면 좋을 것"이라 했다.
만약, 타인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자와 합의하는 게 좋다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법무법인 청린의 김민기 변호사는 "A씨와 먼저 부딪힌 사람의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피해자와 합의를 통해 수사를 종결시키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도 합의를 권유했다. 과실치상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임영혁 변호사 역시 "사고 당시의 사정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 향후 예상되는 민사소송까지 고려해 피해자와 합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결국,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사상 책임도 지게 될 확률이 높으니 한 번에 해결하는 게 좋을 것이란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