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취하 후 날아온 '성공보수'…계약서의 두 얼굴
이혼 취하 후 날아온 '성공보수'…계약서의 두 얼굴
법원 상담으로 화해했지만…"재산 지켰으니 5% 내라"는 법무법인

배우자와 화해로 이혼 소송을 취하한 A씨가 법무법인으로부터 거액의 '재산분할 방어' 성공보수 청구서를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배우자와 극적 화해로 이혼 소송을 끝낸 A씨. 하지만 선임했던 법무법인으로부터 '재산분할을 막았다'며 거액의 성공보수 청구서가 날아왔다. 심지어 유명 변호사와는 통화 한 번 못한 상황.
전문가들은 계약서 조항과 소송 종결 경위를 두고 '지급 근거가 있다'는 의견과 '부당한 청구'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시 살기로 했는데…" 화해 뒤 날아온 황당한 청구서
배우자가 제기한 이혼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유명 이혼 전문 변호사가 있는 법무법인을 선임한 A씨. 수백만 원의 착수금을 지불했지만, 실제 소송 과정은 기대와 달랐다.
변론기일에는 판사의 간단한 의사 확인만 있었고, 이후 법원의 권유로 10차례의 부부 상담이 진행됐다. 상담 끝에 A씨 부부는 극적으로 화해했고, 함께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안도도 잠시, A씨는 법무법인으로부터 날아온 청구서에 망연자실했다. A씨는 “취하 요청을 하였더니, '재산분할을 안하게 되었으니 성공보수 5퍼센트 달라'고 하네요”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게다가 “유명한 이혼전문 변호사님 보고 의뢰한건데, 그분은 이름만 올리고 통화 한번 못했습니다”라며 변호사의 역할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법무법인 "계약서상 승소"…성공보수 청구, 근거 있나?
법무법인의 성공보수 청구가 무조건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변호사와의 위임 계약서 내용이 분쟁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박영재 변호사는 “상대방이 소를 취하하고 A씨도 동의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경우에는 변호사의 소송 수행 결과로 상대방이 소를 취하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법무법인의 서면 제출, 재산조회 신청 등의 법적 대응이 상대방을 압박해 소송을 포기하게 만든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면, 계약서상의 ‘승소’ 요건을 충족한다는 주장이다.
손권 변호사 역시 “‘그 결과가 변호사의 소송 수행으로 인한 것인지’에 따라 판단됩니다”라며, 재판이 아닌 조정 과정에서 화해로 끝났더라도 변호사의 노력이 영향을 미쳤다면, 성공보수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계약서에 ‘상대방이 소를 취하한 경우 승소로 본다’는 조항이 있다면, 법무법인 측의 주장은 계약에 따른 정당한 권리 행사가 될 수 있다.
"변호사 조력 아닌 화해"…지급 의무 없다는 반론
반면 다수의 법률 전문가는 A씨의 사례가 성공보수 지급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소송 종결의 핵심 원인이 변호사의 법적 다툼이 아닌, 법원이 주선한 ‘상담을 통한 화해’에 있기 때문이다.
김영호 변호사는 “판례에 따르면 상대방의 소취하에 동의한 경우는 본인이 임의로 소를 취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승소간주 조항 적용을 부정한 사례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혼이 성립하지 않아 재산분할 자체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한 반론 근거다. 김동훈 변호사는 “혼인 관계가 다시 유지되므로 재산분할을 방어하여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어, 5%의 성공보수 청구는 부당하다고 판단할 여지가 큽니다”라고 강조했다.
재산분할은 이혼을 전제로 발생하는 개념이므로, 혼인 관계가 유지된 이상 ‘재산 방어 성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착수금 일부 반환 가능성"…대응은 이렇게
일부 전문가들은 성공보수 지급 거부를 넘어, 이미 지급한 착수금 일부를 돌려받을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변호사가 직접 소통 없이 사무장을 통해서만 업무를 처리하고 실질적인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변호사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규덕 변호사는 “변호사와 단 한 차례도 통화하지 못했고 화상 변론 1회 외에는 실질적인 소송 수행이 없었다는 점은 상당한 노력 투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라며 “이는 선관주의의무 위반 소지가 있어 오히려 기지급 착수금의 일부 반환을 요구할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A씨가 즉시 보수를 지급하기보다, 법무법인에 ‘소송 종결은 변호사의 조력 결과가 아니므로 성공보수 지급 의무가 없음’을 명시한 내용증명을 발송해 법적 분쟁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