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 붙은 상대가 욕설하며 다가올 때 페퍼 스프레이 뿌린다면, 정당방위 인정될까?
시비 붙은 상대가 욕설하며 다가올 때 페퍼 스프레이 뿌린다면, 정당방위 인정될까?
욕설과 위협에 사용했다가 '특수폭행' 피의자 될 수도
어디까지가 방어일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상대방과 시비가 붙어 험악한 상황에 놓인 A씨. 상대방이 욕설을 하며 위협적인 자세로 다가온다. A씨는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던 페퍼 스프레이 사용을 고민했다.
A씨는 세 가지 상황을 가정했다. 첫째, 상대가 욕설하며 다가올 때 경고 후 사용한 경우. 둘째, 상대가 주먹을 휘두르는 걸 피하고 사용한 경우. 셋째, 상대에게 한 대 맞은 직후 사용한 경우다.
이 중 어떤 경우에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페퍼 스프레이, '위험한 물건'이라 썼다간 '특수폭행' 될 수도
상대가 먼저 주먹을 휘두르는 등 물리적 공격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당방위로 인정받기 어렵다. 자칫하면 되레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
법적으로 페퍼 스프레이는 '위험한 물건'으로 취급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용 즉시 특수폭행이나 특수상해 혐의의 피의자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정당방위를 주장해 위법성을 조각시키지 못하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원은 시비가 붙은 상황에서의 폭력 행사를 정당방위가 아닌 '상호투쟁', 즉 쌍방폭행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 발생한 행위는 방어인 동시에 공격으로 봐 정당방위 성립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욕설만으론 부족…'실제 주먹' 오갔을 때 정당방위 가능성
변호사들은 상대방의 실제 물리적 공격이 있었는지를 정당방위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봤다.
A씨가 가정한 첫 번째 상황, 즉 상대가 욕설과 위협적 자세로 다가오기만 한 경우는 정당방위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첫 번째 상황에서 욕설과 위협적 자세만으로는 직접적인 신체 공격이 없었기에 방어 수단으로서의 비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수 있어 정당방위 인정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먹이 오간 두 번째와 세 번째 상황은 정당방위로 볼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일권 법률사무소 김일권 변호사는 "상대방이 주먹을 휘둘렀고, 이에 대해서 스프레이를 발사한 것은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 대 맞은 후'는 보복?…변호사들 의견도 엇갈려
다만 공격이 완전히 끝난 뒤에 사용하는 것은 보복 행위로 비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변호사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변호사는 "실제로 얼굴을 맞고 난 후 페퍼 스프레이를 사용한 경우, 이미 침해가 종료된 상황에서의 반격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정당방위는 행위의 상당성, 즉 방어 행위가 필요한 상황이었는지, 그 정도는 적절했는지를 따져 판단한다. 대법원 판례 역시 침해의 방법과 정도, 방위 행위로 침해될 법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해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CCTV·상대 체격 등 '구체적 상황'이 최종 판단 가른다
정당방위를 주장하려면 결국 객관적인 증거로 당시 상황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상대방의 체격이나 현장 상황 같은 구체적인 정황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상대방이 왜소한 노인에 불과하다면 접근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정도로 페페스프레이를 발사하면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지만 상대방이 거구의 젋은 남성이라면 정당방위 또는 정당방위까지는 인정되지 않더라도 과잉방위가 인정될 수 있다"며 상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신사 법무법인 김연주 변호사 역시 "상대방의 폭행이 임박했거나 실제로 이뤄졌고 그에 대한 방어행위가 사회통념상 필요하고 상당한 수준이라면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