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였지만 전자발찌는 싫다" 살인범의 황당한 호소와 '신체포기각서' 교제폭력의 민낯
"사람은 죽였지만 전자발찌는 싫다" 살인범의 황당한 호소와 '신체포기각서' 교제폭력의 민낯
살인 인정에도 '전자발찌' 거부한 교제살인 피고인
법원의 재범 위험성 판단 기준은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살해한 2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전자발찌 부착은 거부했다. /연합뉴스
이별을 통보하며 미안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인을 살해한 남성이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전자발찌는 찰 수 없다"고 버텨 공분을 사고 있다.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은 12일 방송을 통해 최근 발생한 20대 남성의 강동구 교제살인 사건과, 연인에게 신체포기각서를 강요한 교제폭력 사건의 법적 쟁점을 심층 분석했다.
'프라이팬 사망, 뇌 위치' 검색… 계획살인 정황
지난 6월 1일 새벽, 서울 강동구의 한 빌라에서 20대 남성 A씨가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 B씨를 살해했다.
검찰은 B씨가 이별을 말하면서 미안해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을 범행 동기로 보았다. 특히 A씨는 범행 전 스마트폰으로 '프라이팬 머리에 맞아서 사망, 뇌 위치, 두개골 구조' 등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첫 재판에서 A씨는 살인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명령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이하 전자발찌)은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에게 재범 위험성이 없다는 취지다.
로엘 법무법인 송주희 변호사는 "살인죄 자체는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성립할 수 있지만 계획성이 인정되면 범행 동기와 수법의 비난 가능성이 더 크게 평가돼 형량에도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중범죄자임에도 전자발찌 부착을 거부하는 주장이 법원에서 통할 수 있을까.
송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출소 뒤까지 위치를 추적하는 보안처분 필요성을 다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법원은 단순히 큰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만으로 전자발찌를 부착하지 않는다.
송 변호사는 "과거 폭력이나 유사 범죄 전력, 범행 동기와 수법, 피해자에 대한 집착과 책임 전가, 전문가 심리평가 등을 종합해 다시 살인범죄를 저지를 상당한 위험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 주거지에 무단으로 머문 점, 범행 전 치명상을 검색한 점, 통합심리분석에서 재범 위험성이 높게 나온 점 등 검찰 측에 유리한 정황이 많다는 것이 송 변호사의 분석이다.
24개 지시사항에 신체포기각서까지… 교제폭력의 법적 맹점
이날 방송에서는 7개월간 12차례에 걸쳐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엽기적인 지시를 일삼은 또 다른 20대 남성 C씨의 1심 판결(징역 3년)도 다뤄졌다.
C씨는 교제 초기부터 '친목 금지', '주제 파악' 등 24개 지시사항을 강요하고, 이를 어겼다는 이유로 신체포기각서까지 받아냈다.
법적으로 '신체포기각서'는 효력이 있을까. 송 변호사는 "사람의 신체와 존엄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각서는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하기 때문에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이어 "피해자가 서명했다고 해서 폭행이나 상해가 허용되는 것도 아니며, 가해자의 형사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각서는 재판에서 가해자를 옭아맬 결정적 증거가 된다.
송 변호사는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작성하게 했는지 등을 살피면 가해자의 지배 의도와 계획성, 피해자가 느낀 공포를 보여주기 때문에 강요나 협박 혐의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구체적 방식에 따라 강요죄, 협박죄, 감금죄, 스토킹처벌법 등을 적용할 수는 있지만, 단순 교제 관계에서 폭행·협박이 명확하지 않은 채 일상을 통제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일반 규정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혼인이나 사실혼 관계가 아닌 연인은 가정폭력 보호체계에서 제외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송 변호사는 "반복 신고, 이별 통보, 주거지 무단 체류 등의 위험 신호를 기관별로 따로 보지 말고 하나의 위험평가로 묶어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하는 체계가 가장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