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에 전과자 될 위기…'독박' 쓴 직장인의 반격 카드
회사 일에 전과자 될 위기…'독박' 쓴 직장인의 반격 카드
입사 전 설치된 불법 게임기, 책임은 현장 부장에게?

회사 업무로 인해 형사 처벌 위기에 놓인 직장인. 이 경우 불법 행위에 대한 '실질적 관여도'가 없었음을 증거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AI 생성 이미지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인데요.” 회사 사업장에서 불법 게임기가 적발됐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현장 총괄 부장에게 돌아왔다. 입사 전부터 존재했던 문제지만, 수사기관은 법인이 아닌 개인을 피의자로 지목했다.
회사 업무를 하다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한 직장인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실질적 관여도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만약 처벌을 받더라도 회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조언했다.
"회사가 시킨 일인데"…어느 날 갑자기 피의자가 되다
A회사의 사업장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던 B씨는 어느 날 불법 게임기 설치 문제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처음에 회사 법무팀은 법인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피의자는 개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경찰의 요구에 따라 현장 총괄이었던 B씨가 피의자로 지목됐다.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고, 그는 형사 처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B씨는 “제가 하지도 않은 일에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다는 이유로 개인 조서를 계속 받으면서 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혹여 형집행을 받게 되면 제 커리어에도 문제가 생길 뿐더러 이후 이직 등에서도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깊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회사 사업에서 발생한 문제임에도 모든 법적 책임의 화살이 개인에게 향한 것이다.
왜 법인이 아닌 개인이? “실무상 흔한 일, 그러나…”
왜 회사 일로 개인이 형사책임을 지게 되는 걸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실무상 드물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산업진흥법과 같은 법규는 위반 행위를 한 개인과 그가 속한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지영 변호사(법무법인 명륜)는 “수사기관이 개인을 피의자로 특정한 것 자체는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하며, 법인과 별개로 실제 관리 책임이 있는 개인을 특정해 처벌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것이 곧 개인의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직책만으로 형사 책임을 모두 떠안는 것은 부당하며, 핵심은 ‘실질적 관여도’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준용 변호사(법무법인 도모)는 “질문자님 사건의 핵심 쟁점은 관리자로서의 '실질적 운영 관여도'와 '위법성 인식 여부'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불법 게임기 설치를 직접 지시했거나, 그 위법성을 알고도 수익을 얻는 등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혐의 벗으려면 “증거 확보가 최우선”
그렇다면 B씨가 이 억울한 족쇄를 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검찰 단계에서 자신의 무관함을 입증할 증거를 모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헌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재직 전 설치를 입증할 수 있는 계약서, 인수인계 서류, 내부 보고 기록을 즉시 확보하십시오”라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시완 변호사(법률사무소 평정) 역시 “검찰은 단순 직책이 아니라 실제 관여 범위, 위법성 인식 여부, 결정권 유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므로,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추어 불기소 또는 기소유예를 적극 주장해야 합니다”라며 증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회사 법무팀의 대응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민경 변호사(윈앤파트너스)는 “회사 법무팀은 회사 입장을 우선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질의자님 개인 입장에서 별도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대응 방향을 점검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라고 조언했다.
회사의 이익과 개인의 방어권이 충돌할 수 있는 만큼, 독립적인 법률 조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처벌받는다면? 회사를 향한 '반격의 카드'
만약 B씨가 최선을 다해 방어했음에도 벌금형 등 형사처벌을 피하지 못하게 된다면 모든 것이 끝나는 걸까? 변호사들은 그 경우, 회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반격의 카드’가 있다고 말한다.
정진열 변호사(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는 “회사의 업무 지시에 따라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발생한 벌금이나 변호사 비용 등을 회사가 부담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업무로 인해 개인이 입은 손해를 회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장우진 변호사(법무법인 한강 파트너스)는 회사가 처음엔 법인 대응을 약속했다가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긴 경위가 있다면, 이를 근거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변호사 비용에 대한 판례도 B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숭완 변호사(법무법인 연우)는 “판례는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원칙적으로 단체가 부담할 수 없지만, 분쟁의 실질적 이해관계가 단체에 있고 직무행위와 관련하여 개인이 피의자가 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단체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분석했다.
B씨의 사례가 바로 이 ‘예외’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억울하게 처벌을 받더라도, 그 손해를 회사에 청구할 법적 절차가 분명히 남아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