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줍줍'…청약 잔여물량 빼돌린 대표의 최후
우리끼리 '줍줍'…청약 잔여물량 빼돌린 대표의 최후
법원, 예비입주자 공급 후 남은 20세대는 '미분양' 아닌 '미계약' 물량
공개모집 원칙 어겨
청약 잔여물량 '슬쩍'…부동산 개발사 대표, 대법원서 유죄 확정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
청약 당첨이 취소되거나 계약이 포기돼 남은 아파트 물량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몰래 넘긴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가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주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A씨와 부사장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회사 법인에는 벌금 500만원, 아파트를 부당하게 공급받은 지인 2명에게도 벌금 300만원이 확정됐다.
"남은 20채, 우리가 갖자"…은밀한 거래의 전말
사건은 2020년 11월, 전남 순천시의 한 공동주택 청약 현장에서 벌어졌다. A씨 등은 청약 절차가 모두 끝난 뒤 당첨 취소와 계약 포기 등으로 발생한 95세대를 예비입주자 순번에 따라 공급했다.
하지만 예비입주자 75명에게 공급하고도 더 이상 입주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20세대가 남자, A씨 등은 이 물량을 공개적인 절차 없이 자신들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임의로 넘겨주기로 마음먹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의 기회를 박탈하고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챙긴 것이다.
"이건 팔다 남은 '미분양'입니다"…법정에서의 항변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들이 공급한 20세대는 청약 경쟁이 없었던 '미분양 물량'이므로, 선착순으로 자유롭게 팔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미분양 주택은 사업 주체가 공급 절차를 비교적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A씨는 이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시도했다.
법원의 일침 "꼼수 안 통한다, 그건 '미계약' 물량"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법원은 해당 20세대가 '미분양'이 아닌 '미계약' 물량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계약 물량이란, 일단 청약으로 주인을 정했지만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는 등 나중에 발생한 잔여 주택을 뜻한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이런 미계약 물량이 생기면 반드시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새로운 입주자를 찾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A씨 등이 이 원칙을 어겼다고 봤다.
대법원의 최종 마침표 "부정한 공급, 명백한 위법"
A씨 등은 하급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법원은 "공개모집 절차 없이 자신들이나 지인들에게 이를 임의로 공급한 것은 주택법에 규정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의해 주택을 공급받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원심의 판단에 주택법 위반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 등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벌금형을 그대로 확정했다. 청약 시장의 공정성을 뒤흔든 '끼리끼리' 거래에 사법부가 엄중한 철퇴를 내린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