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열렸지만 피해자가 전학…“끝나지 않은 고통” 법정으로
학폭위 열렸지만 피해자가 전학…“끝나지 않은 고통” 법정으로
허위사실 유포로 1년간 등교 거부 끝에 학교 옮긴 중학생…학폭위 결정문 근거로 민사소송 준비, 변호사들 “승소 가능성 높아”

학교폭력으로 징계가 내려졌음에도 가해자 대신 피해 학생이 전학을 가는 일이 발생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징계까지 받았지만, 정작 학교를 떠난 것은 피해 학생이었다. 끝나지 않은 고통에 피해자 측은 결국 법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제 아이 중학교 2학년 때 일이었습니다.” 한 학부모의 상담 글은 이렇게 시작됐다. 가해 학생의 허위사실 유포, 사소한 거짓말로 시작된 이간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학교는 조용한 사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가해 학생과 학부모는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변명으로 일관했다.
피해 학생이 관계 회복을 위해 먼저 인사를 건넸지만, 가해자는 이를 무시하고 더 악랄한 헛소문을 퍼뜨렸다. 그때부터 ‘은따(은근한 따돌림)’가 시작됐다.
가해자는 주변 친구들을 자기편으로 만들며 피해 학생을 철저히 고립시켰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피해 학생은 결국 학교에 대한 트라우마로 1년 넘게 등교하지 못했고, 정신과 치료와 학폭 피해자 지원센터의 보호를 받아야 했다.
이듬해 중학교 3학년이 되어 피해 학생은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길을 택했다.
피해자 측의 요청으로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는 2022년 9월, 가해 학생에게 ‘피해 학생 접촉 금지’, ‘학교 봉사’ 등의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학폭위 결정문이 학교 내에 공유되지 않으면서, 진실은 수면 아래 잠겼고 피해자의 상처만 깊어졌다.
“사과는 없었다”… 끝나지 않은 악몽, 결국 법정으로
학교의 공식적인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피해 학생의 일상은 회복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가 떠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가해자의 행위는 학폭위에서 명백한 학교폭력으로 인정됐지만, 현실의 교실에서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계속됐다. 결국 피해자 측은 사건 발생 3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민사소송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기로 결심했다.
“민사소송을 진행하면 승소가 가능하고,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가능할까요?” 피해 학생의 부모는 간절하게 물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법무법인 남일의 최미리 변호사는 “학폭위의 가해사실 인정 결정문이 존재하고, 피해 학생의 정신과 치료, 등교 거부, 전학 등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명확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 역시 “학폭위 결정문은 학폭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음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라며 정신과 진단서, 학교 출석 기록, 피해자 보호센터 기록 등을 통해 피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시효 3년 임박”… 보상 범위와 핵심 증거는?
변호사들은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소멸시효). 법무법인 태강의 정재영 변호사는 “학폭위 결정문 날짜(2022년 12월 16일)를 기준으로 하면 2025년 12월 16일까지가 소멸시효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교육청 감사관 출신인 법률사무소 오율의 전경석 변호사도 “3년이 되어간다면 서둘러 상대방에게 소송을 제기하셔야 한다”고 재촉했다.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정신과 치료비, 전학 비용 등이다. 법무법인(유한) 시그니처의 김정학 변호사는 “대부분의 손해배상금액은 위자료가 될 것”이라며 “금액의 높고 낮음을 떠나 금전적으로 피해 회복이 필요함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유사 판례에 비추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학폭위 결정문과 정신과 진료기록 등이 피해의 심각성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 꼽힌다.
가해 학생과 부모, 함께 책임… 형사고소도 ‘유효 카드’
민사소송의 책임은 가해 학생뿐만 아니라 그 부모에게도 함께 물을 수 있다. 대한변협 등록 소년법전문변호사인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학폭 민사소송의 경우 피고는 상대 학생과 그 부모까지 모두 포함된다”며 “실제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상당액의 손해배상액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해 부모의 감독 의무 위반 책임을 묻는 것이다.
민사소송과 별개로 형사고소라는 선택지도 남아있다. 인천 서부 학폭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임원재 변호사는 “학교폭력 처분결정서를 근거로 (가해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게 할 수 있다”며 “이를 근거로 민사소송에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폭위의 징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낄 때, 형사 처벌을 통해 가해 행위의 위법성을 명확히 하고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년간의 악몽을 끝내기 위한 피해자의 법적 대응이 이제 막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