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인성검사 '자살 예측' 나온 하사의 죽음⋯대법원 "국가가 배상할 책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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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인성검사 '자살 예측' 나온 하사의 죽음⋯대법원 "국가가 배상할 책임 있다"

2020. 06. 05 11:3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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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2심 재판부, 극단적 선택한 부사관의 성향으로 책임 돌려

대법원 "인성검사 결과 따라 관리강화 했다면, 사고 막을 수 있었을 것"

스스로 생을 마감한 부사관. 그는 교육 당시 받았던 군 인성검사에서 '자살 예측'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해당 담당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셔터스톡

지난 2012년 7월, 부사관 후보생 군사 훈련을 담당하는 해군 기초군사교육단. A씨는 그곳에서 두 달간 교육을 받고 하사로 임관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A씨는 훈련생들에게 시행한 인성검사에서 '부적응, 자살 예측' 결과를 받았다. 또한 이 검사의 '조직 적합성' 항목에서도 "기본적인 능력이 부족해 임무 수행에 곤란을 겪거나, 상관이나 동기로부터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특수척도' 항목에서도 "가족관계 갈등, 대인관계 문제가 있어 구체적인 면담이 필요하다"는 판정도 받았다.


이에 교육사 생활관 당직 소대장 B씨가 A씨를 불러 면담을 했다. 하지만 소대장은 인성 검사 결과와 달리 A씨에게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를 누구에게도 통보하지 않았다. 이런 인성검사 결과를 알지 못한 채 2차 면담을 담당한 담당 교관 C씨도 특이사항이나 문제가 없다고 기록했다.


2013년 1월, A씨는 해군 제2함대에 배치돼 부사관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B급(보호가 필요한 병사)으로 분류돼 있었다. 여러 차례 면담이 진행됐지만 A씨는 "아무 문제 없다"고 평가됐고, 4월에는 신상 등급이 C급(신상에 문제점이 없는 병사)으로 변경됐다.


그로부터 한 달 뒤, A씨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부사관 능력 평가 등을 준비하다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에 A씨의 부모와 형제 등 가족 4명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관리강화 했어도 사고 막기 어려웠을 것" 국가 책임 인정 안 했던 1심⋅2심 재판부

이 사건을 맡은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A씨의 죽음에 대해 소속부대 지휘관이나 국가의 책임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2심이 진행됐던 2017년 2월.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A씨의 죽음과 관련해 소속부대 책임자들이 직무수행에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 가족의 국가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B씨가 교육사에서 실시한 인성검사를 토대로 A씨를 면담할 때 그는 자살 가능성을 부인했고, 그동안의 그가 보여준 군 생활에서도 자살의 징후는 없었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B씨가 인성검사 결과를 A씨가 근무하던 부대로 인계하지 않은 것이나, A씨를 관심병사로 분류·관리하지 않은 것을 이 사고에 귀책 사유를 갖는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A씨의 성향으로 미루어 볼 때, 교육사에서 나온 인성검사 결과가 부대에 인계되어 A씨에 대한 관리를 강화했다 하더라도, 그의 부적응이나 우울증을 쉽게 파악하거나 자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 가족은 이에 불복하며 이 사건을 대법원으로 끌고 갔다.


대법원 "자살 가능성 예견할 수 있었다⋯관리 책임자의 '직무상 의무' 위반"

대법원 제3부(재판장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8일 "A씨 소속부대 지휘관들이 교육사에서 나온 인성검사 결과를 파악해 자살 방지 조치를 했더라면 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가배상 책임을 부인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A씨는 교육사에서 실시된 인성검사 결과에서 추정된 성향이나 기질로 인해 통상적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의 업무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적응 장애와 우울증을 앓다가 죽음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원심에서는 A씨에 대한 자살 예측 결과가 나왔을 때 B씨 등 관계자가 취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에 관한 직무상 의무를 확인하고, △교육사에서 실시된 인성검사 결과의 관리와 그에 다른 후속 조치가 적절했는지,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이 사고를 예방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등을 신중하게 살펴보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자살 가능성을 예견하고 그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은 자살 우려자 식별과 신상 파악 관리를 해야 하는 책임자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국가가 이에 대한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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