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스토킹 가해자 감옥 보냈건만…'주소 불명'에 막힌 손해배상
7년 스토킹 가해자 감옥 보냈건만…'주소 불명'에 막힌 손해배상
법원 "수감시설 주소 직접 특정하라"…'나홀로 소송'의 높은 벽

7년간 스토킹을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수감된 가해자의 주소를 알 수 없어 소송이 막혔다. / AI 생성 이미지
7년간의 지옥 같던 스토킹 끝에 가해자를 법정 구속시킨 피해자가, 손해배상 소송 첫 단계부터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이 수감된 교도소 주소를 알아내 서류를 보완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법원 서류의 형식적 요건을 지적하며, '나홀로 소송'의 어려움과 함께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가해자는 감옥에 있는데…" 주소 몰라 가로막힌 피해 보상
7년 가까이 스토킹에 시달린 A씨는 지난 2월, 가해자가 법정 구속되는 모습을 보며 긴 악몽이 끝나는 듯했다. A씨는 그동안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상받고자 곧바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소장 접수증이 아닌 '보정명령'이었다. 피고인, 즉 가해자가 수감된 시설의 주소를 정확히 기재해 서류를 다시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법원과 인근 구치소에 무작정 연락했지만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변호사들의 조언을 얻어 '사실확인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조회할 대상지의 주소와 명칭을 다시 작성해서 보내라"는 지시를 반복했다.
법원이 주소 안 찾아주는 이유, '조회처 특정'의 함정
A씨가 제출한 서류가 반려된 이유는 무엇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서류가 내용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법원이 요구하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법원은 소송 당사자가 요청한 특정 기관에 공문을 보내 사실을 확인하는 역할만 할 뿐, 직권으로 기관의 주소를 찾아주지는 않는다. 전종득 변호사는 이에 대해 "'법무부 교정본부 또는 해당 교정기관'처럼 포괄적으로 쓰면, 어디로 보내야 할지(수신처) 특정이 안 된다는 이유로 보정이 나올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A씨가 '알아서 찾아달라'는 취지로 낸 서류가 공문을 보낼 '수신처'를 명확히 지정하지 않아 거절된 셈이다.
해결책은 '법무부 교정본부' 주소 명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명료하다. '사실조회 신청서'를 별도로 작성하되, 조회 대상 기관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윤석 변호사는 "법원은 직권으로 기관의 주소를 찾아주지 않으므로, 조회할 대상 기관의 정확한 명칭과 주소를 직접 명시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김상훈 변호사 역시 구체적인 방법으로 "'법무부 교정본부장'을 수신인으로 하고, 법무부 교정본부의 주소(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47)를 함께 기재하여 신청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김동훈 변호사는 "교정본부에서 피고를 식별할 수 있도록 신청서에 형사사건 번호와 피고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면 원활한 회신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민사소송만이 능사 아냐"…'형사 합의'라는 다른 길
한편, 일부 전문가는 민사소송 외에 다른 가능성도 제시했다. 김동훈 변호사는 "피해 회복을 위해 민사소송만 진행하는 것보다 상대방과 형사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 더 높은 금액을 보상받는 유리한 방법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가해자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기 위해 피해자와의 합의가 절실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다만 그는 "가해자 측과 직접 연락하는 것은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라며, 복잡한 소송을 홀로 진행하기보다 변호사를 통해 형사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