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세 번 숙인 이재용⋯법적으로 의미 없는 사과, 법적으로 의미 있는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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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세 번 숙인 이재용⋯법적으로 의미 없는 사과, 법적으로 의미 있는 노림수

2020. 05. 06 19:17 작성2020. 05. 12 10: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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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오늘 대국민 사과 "모든 것은 제 잘못"

표면상 사과지만⋯이미 '유죄' 판결받은 부분 인정에 불과

향후 파기환송심 판결에 미칠 영향 염두한 의미 있는 노림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의혹, 노조 문제 등에 대해 반성을 담은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경영과 관련한 포괄적인 사과였다.


이어 구체적으로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한다"면서 본인이 구체적으로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그는 "저와 삼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며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재용의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는 자백이 아니다

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인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가 부적절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하는 사과문이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이 부회장이 벌을 각오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 '사과를 한 것은 곧 죄를 인정한 것'이라는 생각에 기댄 목소리였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그럴 일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인화의 방정환 변호사는 "(이 부회장 발언은) 공소사실에 대한 자백이라기보다 앞으로 유사한 행위를 벌이지 않겠다는 다짐 정도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재판 외 행위이므로 원칙적으로 형사재판에서의 자백과 같은 효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변호사 박생환 법률사무소'의 박생환 변호사는 "발언 전문의 내용을 읽어보면 기존에 받았던 판결의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새로운 혐의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읽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기존의 경영권 승계 문제, 노사문제 등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을 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며 "내용을 보면 혐의 인정과 관련된 별다른 표시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유죄' 선고 난 뇌물죄 인정⋯불리한 상황 아냐

변호사들은 이 부회장이 잘못을 인정한 부분은 이미 법원에서 확정적인 결론이 난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직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지만, 이 부회장에게 씌워진 혐의의 대부분은 대법원에서 결론을 내렸다.


특히 뇌물 부분이 그렇다. 파기환송심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바뀔 부분이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인정하는 건 유죄 판결에 대해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앞으로 있을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다.


박생환 변호사는 "현재 파기환송심은 뇌물액의 범위와 관련된 재판이므로 전부 무죄를 주장하거나 전부 유죄를 인정하는 내용이 아니다"며 "새롭게 재판의 혐의를 인정한다기보다는 재판부의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되 양형에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정환 변호사도 "이미 뇌물과 관련된 혐의는 유죄판결이 선고됐고, 양형 사항들만 파기환송심에서 문제 되고 있으므로,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고 재판에서 불리해질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며 "집행유예 등을 받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이재용 변호사 역시 "전략적으로 공개사과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형량을 결정하는 한 가지 판단 요소로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막연하게나마 준법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언급했으므로 (재판부가) 어느 정도 점수를 줄 것 같다"고 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인화'의 방정환 변호사, '변호사 박생환 법률사무소'의 박생환 변호사,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인화'의 방정환 변호사, '변호사 박생환 법률사무소'의 박생환 변호사,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 /로톡DB


사과를 통해 이재용이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 '집행유예'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이 재구속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집행유예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대법원이 인정한 이 부회장의 횡령 금액은 50억원이 넘는다. 횡령 금액이 50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최소 5년이라는 말은,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의 범죄에 대해서만 선고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방법은 있다. 판사가 작량감경해서 형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징역 2년 6개월까지 형량을 낮출 수 있고, 3년 아래가 됐으니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박생환 변호사는 "오늘의 대국민 사과는 현재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의 재판부에서 권고한 준법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지며 향후 재판에서 그 부분을 양형에 참작해 달라는 취지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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