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시간 동안 50병 놔주기도"⋯피부과 위장한 '제2의 프로포폴' 불법 시술소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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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시간 동안 50병 놔주기도"⋯피부과 위장한 '제2의 프로포폴' 불법 시술소의 최후

2026. 03. 16 15:43 작성2026. 03. 16 15: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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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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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일대 피부과 위장해 출장 주사까지

조달 원가 3870원을 20만원에 팔아 폭리

‘제2의 프로포폴’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유통·투약한 일당이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한 프로포폴 모습. /셔터스톡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삼성동 일대, 겉보기엔 평범한 피부과 의원이지만 실상은 은밀한 불법 시술소였다. 흰 가운을 입고 의사 행세를 하는 이들은 환자들에게 이른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했다.


심지어 간호조무사와 운전기사까지 고용해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찾아가는 '출장 주사' 영업까지 조직적으로 벌였다. 한 투약자는 19시간 동안 무려 50개의 앰풀을 연속으로 투약받을 정도로 심각한 오남용 상태였다.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포장재 바코드까지 일일이 제거하는 치밀함을 보였던 이들의 범행은 결국 꼬리를 밟혔다. 수면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유통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16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문지은 변호사는 이 사건의 전말과 새롭게 바뀐 법적 쟁점을 상세히 짚었다.


마약류 아니라는 법의 빈틈 노렸다⋯8년 새 수입량 8배 폭증


에토미데이트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기도 삽관이 필요한 초응급 상황에 주로 제한적으로 쓰이는 전신마취 유도제다. 하얀색 액체 형태의 정맥주사제라는 점에서 프로포폴과 매우 유사하다.


프로포폴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오남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2011년 2월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돼 엄격한 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방송인 에이미 등 유명 연예인들이 업무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강제 출국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자 중독자들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에토미데이트로 눈을 돌렸다.


문지은 변호사는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엄격히 관리되자 그 대체재로 에토미데이트를 찾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고, 8년 사이 수입량이 8배로 폭증했다는 국정감사 자료도 있었다"며 "전자담배 액상이나 식료품으로 위장해 유통되거나, 강남의 한 병원장이 이를 이용해 환자를 강제추행한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에토미데이트 불법 투약이 끊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투약자를 형사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의약품을 불법으로 판 사람은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었지만,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구매자(투약자)는 약사법 위반에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형사처벌 대신 1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이 전부였다.



도매업자부터 가짜 의사까지 17명 송치⋯"무기징역도 가능한 중범죄"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 A씨와 조직폭력배 B씨 등 17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이 중 10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이 유통한 에토미데이트는 최대 6만 3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3만 1600개 앰풀에 달했다. 조달 원가 3,870원짜리 앰풀을 투약자에게는 20만 원에 팔아넘겨 막대한 폭리를 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의 법적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문지은 변호사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이번 사건에서는 흰 가운을 입고 의사 행세를 하며 주사를 놓은 행위 자체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의약품을 공급한 도매업체 대표와 중간 유통책 역시 약사법 위반 및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공범으로 처벌받게 된다.


올해 2월 13일부터 마약류 전격 지정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투약자들에 대한 처벌 변화다. 이번에 적발된 투약자 44명의 경우 마약류 지정 이전 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 100만 원 처분에 그치지만, 이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침내 법적 공백을 메웠기 때문이다. 문지은 변호사는 "2026년 2월 13일부터 에토미데이트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다"며 "이제는 일반인도 단순 매입·투약·소지만 해도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의료기관 역시 에토미데이트를 취급할 경우 구입부터 투약, 폐기까지 모든 단계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해야 하는 엄격한 의무를 지게 됐다.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며 음지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던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에 마침내 강력한 법의 철퇴가 내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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