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미제 '영월 피살 사건', '피 묻은 족적' 주인 밝혀질까
20년 미제 '영월 피살 사건', '피 묻은 족적' 주인 밝혀질까
1심 유죄·무기징역 선고
항소심 쟁점은 '족적 일치 여부'

영장 심사 출석한 20년 전 영월 농민회 피살사건 피의자 / 연합뉴스
20년 만에 전모가 드러난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60대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곧 내려질 전망이다.
핵심 증거인 '피 묻은 족적'의 진위 여부를 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피고인 측이 팽팽히 맞서며 법원의 최종 판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년 만에 드러난 진실, 치정 살인의 서막
2004년 8월, 강원도 영월의 한 농민회 사무실에서 당시 41세였던 간사 B 씨가 목과 배를 십수 차례 찔린 채 숨졌다. 범인은 흔적을 남기지 않은 듯 보였지만, 현장에는 피 묻은 샌들 족적이 남겨져 있었다.
장기 미제였던 이 사건은 지난해, A 씨(60)가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A 씨는 당시 교제 중이던 여성 C 씨가 피해자 B 씨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A 씨가 C 씨의 낙태 수술 비용을 지불하고,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밝혀내며 치정에 의한 살인임을 입증했다.
쟁점은 '발자국', 엇갈리는 두 감정 결과
1심 재판부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국과수 감정관은 족적과 A 씨의 샌들에서 '개별특성(마모흔, 손상흔)' 17개가 일치한다고 감정했다.
이는 우연히 일치할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는 점에서 유죄의 강력한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A 씨 측은 "국과수 감정은 오류가 있다"며 민간기관에 추가 감정을 의뢰했다. 민간기관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두 족적은 형태적으로 유사했으나 동일한 브랜드와 사이즈에서 나타나는 정도의 유사성"이라며 "특정 용의자의 신발로 보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최후의 변론, '결백'과 '영원한 격리'
항소심에서는 두 상반된 감정 결과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국과수 감정관은 "개별특징을 찾아내는 데는 아직 사람이 AI보다 우위에 있다"며 감정 결과에 신뢰를 보였다.
반면 A 씨 측은 "국과수 감정은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반박하며 민간기관의 감정이 더 객관적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정말 살인을 하지 않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살해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은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된다"며 "항소심에서도 반성하지 않는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 전망 '합리적 의심' 배제할 수 있을까
법원은 족적 감정의 신뢰성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족적 증거는 지문이나 DNA와 달리 개인 식별력이 낮아 단독으로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과수 감정처럼 다수의 개별특성이 일치하면 높은 증명력이 인정될 수 있다.
법원은 족적 감정 결과 외에도 A 씨의 범행 동기, 알리바이 조작 여부,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 모든 간접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살인과 같은 중범죄에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 1심 판결을 유지할지, 아니면 추가 감정 결과를 토대로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