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용이라 쐈는데 특수폭행?" 길거리 가스총 난사 60대, '징역형' 피할 수 없는 이유
"호신용이라 쐈는데 특수폭행?" 길거리 가스총 난사 60대, '징역형' 피할 수 없는 이유
단순 시비가 부른 가스총 3발
인천 부평 한복판의 날벼락

처음 본 여성에게 가스총을 쏜 60대 남성이 '호신용'을 주장하고 있으나, 법원은 이를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특수폭행 및 용도 외 사용으로 판단해 엄중 처벌할 가능성이 높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밤늦은 시각, 인천 도심 한복판에서 영화에서나 볼 법한 가스총 발사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을 경악케 했다. 지난 2026년 1월 27일 오후 11시경,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의 한 길거리에서 60대 남성 A씨가 처음 본 30대 여성 B씨를 향해 가스총을 세 차례 발사했다.
당시 A씨는 길을 가던 B씨와 대화를 나누다 시비가 붙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호신용으로 지니고 있던 권총형 가스분사기를 꺼내 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스총은 매운 액체를 스프레이처럼 분사하는 형태였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특수폭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경찰에서 "B씨와 대화하다 시비가 붙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다행히 피해자 B씨는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사건의 엄중함을 고려해 A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호신용'이라는 A씨의 주장이 법망을 피해 갈 방패가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가스총은 '호신용' 아닌 '위험한 물건'... 특수폭행 성립의 열쇠
단순한 말다툼이 '특수폭행'이라는 무거운 죄명으로 번진 이유는 바로 가스총의 법적 성격 때문이다. 형법 제261조(특수폭행)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을 가할 때 성립한다. 법조계에서는 A씨가 사용한 가스총이 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실제 판례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인천지방법원은 가스분사기를 피해자의 얼굴에 발사하고 뒷머리를 가격한 사건에서 이를 '위험한 물건'으로 명시하며 특수폭행죄를 인정한 바 있다(인천지방법원 2013. 2. 19. 선고 2012고단11028 판결).
심지어 가스총이 고장 나 실제 분사가 불가능한 상태였더라도, 이를 상대방의 목에 들이대며 위협했다면 '위험한 물건'을 휴대했다고 본 사례도 존재한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3. 10. 17. 선고 2013고정603 판결). 이번 사안처럼 실제로 3회나 발사한 경우라면 법률적으로 특수폭행의 구성요건을 완벽히 충족하게 된다.
"방어 아닌 공격"... '정당방위' 주장 통하기 어려운 결정적 근거
A씨는 시비 끝에 발생한 일이라며 정당방위 취지의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이지만, 법원의 잣대는 냉혹하다. 법원은 가스총 발사를 '소극적 방어'가 아닌 '적극적 공격'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청주지방법원은 과거 호신용 가스총을 피해자 얼굴 근처에서 분사한 사건에 대해 "급박한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분사한 것이 아니라, '진짜 쏴?'라며 말싸움을 하던 끝에 쏜 것은 방어행위로 볼 수 없다"며 정당방위 주장을 일축했다(청주지방법원 2016. 11. 3. 선고 2015노1315 판결).
이번 인천 사건 역시 처음 본 여성과의 단순한 말다툼 과정에서 가스총을 3회나 발사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를 인정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포법'이라는 또 다른 덫... 합의해도 처벌받는 이유
A씨를 기다리는 더 큰 문제는 특수폭행 외에도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총포법)' 위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총포법 제17조 제2항에 따르면 소지 허가를 받은 분사기라 할지라도 '허가받은 용도' 외에 정당한 사유 없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부산지방법원은 앙심을 품고 타인의 얼굴에 가스분사기를 1회 발사한 사건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받은 용도와 달리 사용했다"며 총포법 위반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부산지방법원 2013. 1. 16. 선고 2012고단7959 판결).
주목할 점은 특수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만, 총포법 위반은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국가가 반드시 처벌한다는 것이다. 만약 A씨가 단순 시비 상황에서 분사기를 사용한 것이 '허가 용도(호신) 외 사용'으로 판명될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번 사건은 가스총이라는 호신 기구가 상황에 따라서는 소지자 자신을 겨냥하는 날카로운 법적 칼날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