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여자친구 살해하고 새 남친까지 찔렀는데, 항소심서 5년 감형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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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여자친구 살해하고 새 남친까지 찔렀는데, 항소심서 5년 감형된 이유

2026. 02. 27 08:50 작성2026. 02. 27 17:51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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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통보 후 37차례 전화와 수백 통의 메시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22년 4월, A씨는 2년 남짓 동거하며 일해온 노래방 주인 B씨(여, 45세)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6월까지 약 세 달간 37차례 전화를 걸고 수백 통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재결합을 요구했다. B씨가 "질린다", "만나고 싶지 않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A씨의 집착은 증오로 변하기 시작했다.


A씨는 자신의 원룸에서 두문불출하며 B씨의 SNS를 주기적으로 캡처하고, 급기야 B씨의 연락처 이름을 '복수의 날'로 변경했다.


2022년 5월, B씨에게 새로운 남자친구 D씨(남, 55세)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범행 전날인 7월 20일, 마트와 페인트 가게 등을 검색해 식칼, 밧줄, 시너를 미리 구입하며 치밀하게 '피의 보복'을 준비했다.


27초 만에 끝난 참변… "너 죽이고 나도 죽겠다" 흉기 휘두른 무자비함

범행 당일인 2022년 7월 21일 새벽, A씨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양손에 라텍스 장갑까지 착용한 채 B씨의 노래방을 찾았다.


건물 앞에 주차된 D씨의 차량을 보고 두 사람이 함께 있음을 확인한 그는 가방에 흉기를 숨기고 안으로 들어갔다.A씨는 내실 앞에 있던 B씨를 마주하자마자


"저 안에 있는 게 그놈이냐"라고 물었고, "그냥 가라"는 B씨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식칼로 B씨의 목과 배를 찔렀다.


B씨가 쓰러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7초였다. 이어 A씨는 내실로 들어가 누워있던 D씨에게 "너 죽이고 나도 죽어야겠다"며 목 부위를 찔렀다.


D씨는 칼날을 손으로 잡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해 목숨을 건졌으나, 얼굴과 신경이 손상되는 등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계획 범행' 부인했으나 법원은 외면… "심신미약 인정 안 돼"

1심 재판(서울북부지방법원 2022고합297) 과정에서 A씨는 범행의 계획성을 부인했다. 밧줄과 식칼은 자해하며 애원하기 위해 산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행 전 도구를 미리 구입한 점,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점, 대화 없이 곧바로 급소를 공격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또한 수면부족과 음주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 역시 배척되었다.


재판부는 범행의 동기와 수법, 범행 전후의 행동을 볼 때 사물 변별 능력이 미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1심은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해 징역 3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서 뒤집힌 형량… 징역 35년에서 30년으로 감형된 '결정적 이유'

하지만 서울고등법원(2023노255)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형량을 징역 30년으로 낮추었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한 중대한 범죄로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들이 새롭게 나타났음을 지적했다.


가장 큰 이유는 A씨의 태도 변화였다. A씨는 항소심에 이르러 원심에서 다투었던 살인의 고의와 심신미약 주장을 철회하고 모든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재판부는 "B씨에 대한 범행은 계획적이었으나, D씨에 대한 살인미수 범행은 상대적으로 우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과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다는 점을 감형 사유로 꼽았다.


재범 위험 '중간~높음' 수준에도 전자발찌 청구 기각된 배경은

검찰은 A씨의 재범 위험성을 이유로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는 기각되었다.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KORAS-G) 결과 '높음' 수준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장래에 살인 범죄를 다시 저지를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법원은 징역형 종료 후 5년간의 보호관찰을 명하며 특정 장소 출입 금지 등 준수사항을 부과했다.


이는 상당 기간의 실형 선고와 보호관찰만으로도 재범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족들의 용서를 받지 못한 채 감형된 이번 판결은 계획적 살인 사건에서의 '반성'과 '우발성'이 양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사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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