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앞두고 재산 빼돌리기, '해외 계좌도 다 걸린다'…변호사들의 경고
이혼 앞두고 재산 빼돌리기, '해외 계좌도 다 걸린다'…변호사들의 경고
조정이혼 결렬 후 소송 시 재산분할 기준 시점과 가족 돈·해외 주식의 분할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명쾌한 답변.

이혼 소송 중 재산을 은닉하면 불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이혼 소송 중 재산 은닉, '오히려 독'…해외 계좌도 피할 수 없는 법망
이혼을 앞두고 배우자 몰래 재산을 옮기거나 숨기는 행위는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아 조정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A씨. 그의 머릿속은 복잡한 고민으로 가득하다. 조정이 결렬돼 소송으로 번질 경우 재산을 나누는 시점과 방법, 가족이 맡긴 돈과 해외 주식 계좌의 분할 여부가 그의 최대 관심사다.
불이익을 피하려 미리 돈을 옮기거나, 법원이 찾지 못할 것이라 믿고 해외 계좌를 숨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법원의 '진짜' 기준점, 소송 끝나는 날
이혼의 문턱에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단연 재산분할이다. 변호사들은 조정이 결렬되고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은 원칙적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유안의 안재영 변호사는 "별거를 했다면, 별거가 시작된 시점이 될 것이고, 별거를 한 적이 없다면, 이혼조정을 신청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재산분할이 이루어 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적 원칙은 조금 더 엄격하다. 법원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를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사실상 최종 재판일)'을 기준으로 삼는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므4297 판결). 즉, 소송이 끝나는 날까지 부부가 함께 이룬 모든 재산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결국 조정 신청 시점이든, 별거 시작일이든, 소송 종결일이든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기준점은 달라질 수 있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내 돈 아님' 증명할 증거, 이것이 핵심
A씨의 또 다른 고민은 자신 명의의 계좌에 있는 '가족의 돈'이다. 이는 부부가 함께 모은 돈이 아니므로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미리 다른 곳으로 옮겨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이 생각에 변호사들은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한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이재희 변호사는 "현 시점에서 돈을 옮겨두는 행위는 이익은 없고 불이익만 있으니 그냥 놔두세요"라고 잘라 말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임의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이동시키는 것은 추후 소송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자칫 재산을 숨기려는 '악의적 행위'로 비쳐 재판에서 신뢰를 잃고 불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증거 확보'다. 해당 자금이 가족의 돈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차용증, 계좌 이체 내역, 문자메시지 등을 철저히 준비해 '내 돈이 아님(특유재산)'을 법정에서 증명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국경 넘은 금융정보, '국제 공조'로 샅샅이
해외 주식 계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경 너머에 있는 자산이라는 이유로 법원의 추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금물이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상대방이 법원에 '재산명시 신청'을 하면 법원이 금융기관 계좌를 조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 개설한 해외주식 계좌는 당연히 조회 대상이다.
직접 해외 증권사에 개설한 계좌라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에는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이 활발해져 법원이 마음만 먹으면 해외 자산도 들여다볼 수 있다.
더든든 법률사무소의 조수진 변호사는 "해외계좌 정보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과세당국을 통해 조회가 가능하다"며 "재산 은닉은 악의적 재산분할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성실한 신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혼 과정에서의 재산분할은 투명성이 생명이다. 섣부른 판단으로 재산을 옮기거나 숨기는 행위는 오히려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의 김동훈 변호사는 "이혼 재산분할은 절차가 복잡하고 금융 정보 획득이 어려우므로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며 '나 홀로 소송'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