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회 투약, 4,826매 처방... 연예계 불법 의료, 어제오늘 일 아니었다
181회 투약, 4,826매 처방... 연예계 불법 의료, 어제오늘 일 아니었다
‘주사이모’부터 마약류 대리 처방까지
끊이지 않는 불법 의료의 늪과 법적 심판

키,입짧은햇님,박나래 /기사 속 특정 사건 번호의 사실관계와는 별개
최근 연예계에서 불법 의료 행위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화려한 조명 아래 숨겨진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고질적 병폐가 최근 법정 판결을 통해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한 미용 관리를 넘어 마약류 중독과 면허 도용으로까지 번진 연예계 불법 의료 실태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미용 시술의 가면을 쓴 181회의 중독... '상습성'에 칼 빼든 법원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최근 선고된 가수 A씨의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2023고합332)에 따르면, A씨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14개 의원을 전전하며 총 181회에 걸쳐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등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받았다.
A씨는 이미 다른 병원에서 투약을 받았음에도 이를 숨기고 의사들에게 "얼굴 미용을 위한 리프 시술이 필요하다"며 수면 마취를 요구했다. 법원은 이를 단순한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시술을 빙자한 상습 투약'으로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수면제인 스틸녹스에 중독되자 지인을 통해 자신의 누나 명의로 약을 대리 처방받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에 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 및 벌금형을 선고하고 1억 원 이상의 추징금을 명령하며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병원 가기 겁나서" 혹은 "더 강한 자극 위해"... 왜 음지로 숨어드나
연예계에서 이토록 불법 의료가 반복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연예인들은 정규 의료기관 이용 시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판결(2021노1410)에서 보듯, 과거의 투약 사실이 언론에 제보되어 명예훼손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이들이 왜 '은밀한 거래'에 유혹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직업적 특수성 또한 큰 원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스케줄 속에서 짧은 시간 내에 시술 효과를 보고 휴식을 취하려는 욕구가 프로포폴 등 수면 마취제에 대한 의존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수요를 노린 무면허 업자들의 활동도 기승을 부린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2016고단204)은 아파트나 의류 가게에서 17명에게 40회에 걸쳐 보톡스와 필러를 시술한 무면허 업자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병원이 아닌 은밀한 장소에서의 시술이 연예인들에게 '안전한 대피소'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 면허 취소까지, 이제는 '관용 없는' 실형의 시대
불법 의료의 한 축에는 의료 윤리를 저버린 의사들이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23고합332)에서 의사 B씨는 A씨를 직접 진찰하지도 않고 15회에 걸쳐 펜타닐 패치 297매를 처방했다. 그는 병원 운영비 마련을 위해 3년간 총 4,826매의 펜타닐을 남발한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서울고등법원 2023노4030)는 "의사의 지위를 이용해 약물의 오남용 위험성을 상당히 높인 점은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특히 펜타닐은 중독 시 생명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어 더욱 엄격한 처벌이 내려졌다.
이제 연예계 불법 의료는 '걸리면 끝'인 중죄다.
대법원(2020두32364)은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의료인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연예인 역시 마약류 관리법 위반 시 실형과 함께 막대한 추징금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의 관행으로 치부하기엔 법원의 잣대가 전례 없이 날카로워진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