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결혼해" 정희원 교수 덮친 스토킹… 2년치 수입 요구한 전 직원 결국 접근금지
"이혼하고 결혼해" 정희원 교수 덮친 스토킹… 2년치 수입 요구한 전 직원 결국 접근금지
전 직장 연구원 A씨, 계약 해지 후 집·아내 직장까지 침입
경찰 '접근 금지' 잠정조치 내려

정희원 교수 /연합뉴스
'저속 노화' 담론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정희원 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현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가 전 직장 동료로부터 지속적인 스토킹과 협박을 당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정 대표는 최근 전 직장 연구원 A씨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및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A씨에 대해 정 대표 및 그 주거지 등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는 잠정조치를 내린 상태다.
"이혼하고 나와 결혼해"…일상이 파괴된 90일간의 기록
사건의 발단은 정 대표가 지난 6월 서울아산병원을 퇴사하며 시작됐다. 정 대표는 퇴사 과정에서 함께 일하던 위촉연구원 A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9월부터 정 대표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했다.
A씨의 행태는 갈수록 대담해졌다. 정 대표의 자택에 직접 찾아오는 것은 물론, 수시로 협박 편지를 보냈다. 심지어 정 대표 아내의 근무처에 나타나거나 거주지 로비까지 침입하는 등 가족들의 일상까지 위협했다.
특히 A씨는 정 대표에게 "부인과 이혼하고 나와 결혼해달라"는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며 집착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A씨가 2년간의 모든 수입을 합의금으로 달라는 등 도를 넘은 공갈 행위로 협박을 지속해왔다"고 전했다.
결국 정 대표는 지난 10월 20일 A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법원은 2026년 2월 18일까지 정 대표와 그 주거지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는 잠정조치 결정을 내렸다. 현재 정 대표는 아내에게 모든 사실을 밝히고 공동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사적 교류 있었다" 정 대표의 고백, 법적 쟁점 부상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정 대표와 A씨 사이에 과거 사적인 친밀감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정 대표는 2024년 3월부터 2025년 6월 사이 A씨와 일시적으로 친밀하게 교류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정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이 기간 중 A씨는 수시로 애정을 표현했으며 운전 중 일방적인 신체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한 A씨가 예약한 숙박업소에서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정 대표는 "육체적 관계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과거의 관계는 향후 재판에서 '스토킹 행위의 정당성'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과거에 친밀한 관계였다 하더라도, 관계 종료 후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접근은 명백한 범죄로 보고 있다.
특히 정 대표가 6월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업무적·사적 관계의 종료를 간접적으로 시사했음에도 9월부터 다시 접근이 시작된 점,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여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점 등이 주요한 증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과거 관계있어도 스토킹 성립…과도한 합의금 요구는 공갈"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공갈미수 혐의가 모두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우선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관련하여, A씨가 정 대표의 자택과 아내의 직장을 방문하고 협박 편지를 보낸 행위는 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전형적인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
관련 판례인 헌법재판소 2025. 11. 27. 선고 2025헌마185 결정에 따르면, 스토킹 여부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행위의 태양, 주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비록 과거에 친밀한 관계였더라도 부산지방법원 2023. 2. 14. 선고 2022노2241 판결처럼 피해자가 신고 등을 통해 관계 유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면 스토킹 행위로 인정된다.
공갈미수 혐의 역시 쟁점이다. 형법 제350조는 사람을 공갈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려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A씨가 "과거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식의 해악을 고지하며 '2년간의 전 수입'이라는 비상식적인 금액을 요구했다면,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권리행사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도915 판결은 "권리실현의 수단으로 해악을 고지했더라도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는다면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향후 수사 전망과 증거 확보의 중요성
결국 승패는 '의사 표시의 명확성'과 '요구의 부당성'을 입증할 증거에 달렸다. 정 대표 측은 관계 종료를 통보한 문자메시지, 이메일, 그리고 A씨가 보낸 협박 편지와 거주지 침입 당시의 CCTV 영상 등을 확보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이미 경찰이 잠정조치를 내렸다는 것은 A씨의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는 기초적인 판단이 내려졌음을 시사한다. 다만 A씨 측이 과거 관계를 근거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거나 '합의에 의한 접근이었다'고 반박할 가능성이 있어, 수사 과정에서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유명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거액을 갈취하려 했다는 정황이 구체화될 경우, A씨는 단순 스토킹을 넘어 무거운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