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한 증거로 소송당했는데 '이행권고결정'⋯"14일 내 이의신청+형사고소하라"
위조한 증거로 소송당했는데 '이행권고결정'⋯"14일 내 이의신청+형사고소하라"
이의 신청 안 하면 확정판결⋯14일 내 꼭 '이의 신청'해야
위조한 증거로 소송? 법원을 기망(欺罔)한 행위로 볼 수 있어

위조된 증거를 내려진 법원의 '이행권고결정문'을 받아든 A씨.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통신판매업을 하는 A씨.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서류 하나를 송달받았다. "B업체에 1000만원을 갚으라"는 통보였다.
B업체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법원이 검토해보니 '말이 되는 것 같다'고 판단되므로, 이의가 없으면 그 돈을 갚으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당연히 이의가 있었다. 내막을 알아보니 이랬다. 원인은 A씨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B업체에 1000만원의 빚이 있고, 갚지 않은 게 맞았다.
문제는 B업체가 그것을 A씨에게 갚으라고 한 것이다. B업체는 법원에 소송을 걸면서 A씨에게 "빌려준 돈이 있다"는 것처럼 위조한 거래명세표를 제출했다. 아버지에게 받아야 할 돈을, A씨에게 받아야 할 것처럼 바꿔치기한 것이다.
A씨는 변호사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자문을 구했다.
A씨가 받은 서류는 이행권고결정 통보문이다. 3000만원 이하 소액 민사소송에서만 볼 수 있는 사건처리 제도다. 원고(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그 내용과 증거자료들을 검토해 본 뒤, 이상이 없으면 재판을 하기 전에 피고(채무자)에게 원고가 요구한 내용을 이행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다.
이때 피고가 이의를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이 기각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JLK 법률사무소 김일권 변호사는 "A씨의 경우 이행권고결정에 이의가 있으니, 문서 송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반드시 이의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산성 박현우 변호사는 "이행권고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재판 절차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B업체가 거래명세표를 위조한 게 확실하다면 사문서위조로 고소하라고 조언했다. .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채무자는 A씨의 아버지인데 피고 선정이 A씨로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라"면서 "증거가 위조되었다면 사문서위조로 고소할 수 있고, 그것이 위조한 증거인 것으로 확인되면 ‘소송사기’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사기’는 민사소송을 하면서 허위 주장이나 허위 증거로 법원을 기망(欺罔⋅거짓말로 상대를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해 유리한 판결을 얻고,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범죄행위를 말한다.
사문서위조로 형사고소를 한다고 해도, 1000만원을 갚으라는 민사소송이 더 먼저 끝나지 않을까. 변호사들은 "실무적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인화의 최경섭 변호사는 “만약 A씨가 B업체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형사 고소해 수사가 진행된다면, B업체가 제기한 민사소송은 형사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법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 경향이 그렇다"며 "민사소송이 자칫 위조된 사문서를 근거로 판결하는 오류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사와 형사가 독립적으로 판단하지만, 민사 재판부가 형사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수사내용을 믿어주고 판결에도 참고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만약 형사고소를 통해 B업체가 사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면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소송사기 등 3가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