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파일 인수인계 후 포맷했는데…"왜 함부로 초기화했느냐"며 고소한 회사
업무 파일 인수인계 후 포맷했는데…"왜 함부로 초기화했느냐"며 고소한 회사
해고당한 뒤 인수인계 마치고 컴퓨터 반납 위해 포맷했는데⋯
회사는 "손괴 및 업무방해죄"라며 고소⋯정말 처벌받는 걸까?

회사를 떠나기 전 업무 파일을 동료에게 인수인계한 뒤 컴퓨터를 초기화한 A씨. 이후 쓰던 컴퓨터를 반납했다. 그런데 회사는 "A씨가 업무 파일을 멋대로 포맷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해고를 당한 A씨는 회사와 2차전을 치르고 있다. 발단은 회사를 나가며 반납한 컴퓨터 때문이다. A씨는 다음번에 쓸 사람을 위해서 컴퓨터를 포맷(초기화)해서 제출했다. 중요한 파일은 동료에게 모두 전달하며 인수인계를 마쳤다. 따라서 A씨는 초기화를 해도 문제없을 거라 판단했다.
그런데 회사는 A씨가 컴퓨터 포맷을 한 일을 문제 삼아 고소했다. "업무에 필요한 파일을 멋대로 지웠다"는 이유인데, 아무래도 자신이 '부당해고'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인 것 같다.
인수인계하려고 컴퓨터를 정리했을 뿐인 A씨. 이대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걸까.
회사의 파일을 무단으로 삭제하는 행위는 원칙상 범죄다. 파일 삭제로 회사 업무가 방해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자기록 손괴죄(형법 제366조)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니 업무를 위해 작성한 파일이라면 지울 때도 신중해야 한다. 해당 파일은 회사에 소유권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결혼정보회사 커플 매니저가 업무 관련 파일을 삭제하고 퇴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전자기록 손괴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파일을 삭제한 결과가 회사의 사업 등 업무에 차질을 줄 정도로 방해됐다면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2항)로 처벌받는다. 지난 2018년 개발자로 일했던 피고인이 퇴직 당시 8개 거래처에 공급한 프로그램의 원본⋅최종본을 삭제했던 사건에서는 업무방해죄로 유죄를 받았다.
업무상 사용했던 데이터와 작업 파일을 삭제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A씨 또한 전자기록 손괴죄와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A씨가 해고에 불만을 품고 회사 자료를 삭제했다면 당연히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A씨 경우에는 이러한 혐의가 적용되지 않을 거라고 봤다. 전자기록 손괴죄와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 모두 '고의성'을 가지고 행동했을 때를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안을 검토한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도 "A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범죄의 고의가 있다기보다 다음 근무자를 위한 사소한 의도만이 있었다고 보인다"라고 봤다. 또한 "(인수인계를 마쳤다면) 중요한 업무 파일이 유실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며 "회사가 고소를 할 수는 있지만, A씨가 처벌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업무와 관련된 자료는 인수인계했고, 업무와 관련 없는 부분을 컴퓨터 반납 목적으로 정리했을 뿐이라면 죄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변호사의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