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하다’고 쓴 것도 사이버 명예훼손? 성립조건과 최근 법원 동향은
‘한심하다’고 쓴 것도 사이버 명예훼손? 성립조건과 최근 법원 동향은
성립 위해선 ① 구체적 사실 적시 ②비방 목적 ③ 공연성 필요
새로운 양형기준 7월부터 시행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A씨가 인터넷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다가 고소당했습니다. 댓글은 ‘한심하다’였습니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된 A씨는 댓글이 단순한 의견표명이었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B씨는 전 직장동료 C씨가 카카오톡 프로필에 자신의 욕을 써놓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C씨는 본인의 프로필에 ‘B같은 더러운 것들은... 처분해야지’라는 내용을 기재했습니다. B씨는 회사 지인들 대부분이 위 내용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C씨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고 싶다고 합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타인을 비방하는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이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올해 안에 일반 명예훼손 고소 건수를 추월할 기세입니다. SNS 등에서 게시물, 댓글을 통한 온라인 의견 개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일반 명예훼손보다 처벌이 무겁습니다. 고도의 신속성과 전파성 등으로 인해 훨씬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피해 복구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의 최대 형량이 7년에 이르는 것에 비해 일반 명예훼손은 5년입니다. 벌금 또한 사이버 명예훼손은 최대 5000만원인데, 일반 명예훼손은 1000만원입니다.
안심 법률사무소의 고봉주 변호사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이 되려면 크게 세 가지 요건이 성립되어야 합니다. 우선, 모욕과는 달리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한심하다’, ‘더럽다’ 등의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못하고, 모욕 행위로서 형법상 처벌을 받을 뿐입니다.
다음은 피해자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뚜렷해야 합니다. 예컨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한 뒤 후기를 올릴 경우 불만 사항이 타인에게 알려지더라도 만약 공익목적이라면 처벌받지 않습니다. 피해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동아리 등 ‘단체’일 경우에도 구성원 전체에 대한 비방으로 인정받기 힘듭니다.
주목할 부분은 공연성입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문제가 퍼뜨려질 가능성을 뜻합니다. 그러나 최근 판례에 따르면, 일대일 채팅방이라 할지라도 공연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됩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의 인정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셔터스톡
하지만 사회적 경각심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생과 성인 3명 중 1명이 사이버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껏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람들은 대부분 이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학생과 주부가 벌인 일은 기소가 유예되기도 했습니다. 민사 상도 손해배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의 고소는 한꺼번에 가능하지만, 손해배상은 개개인에게 하나씩 책임을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합의금도 대부분 백만원에 머무르는 형국입니다.
법원은 최근에야 사이버 명예훼손의 책임을 엄하게 묻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50대에게 검찰 구형(3년)보다 높은 징역 5년이 선고됐습니다. 지난 2월에는 보수 성향 단체 대표인 방 씨가 문재인 대통령과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방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지난 3월, 새로운 양형 기준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킨 경우 징역 3년 9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합니다. 기존의 징역 2년 6개월에 비해 1.5배가 상향된 것입니다. 양형 기준은 참고사항에 불과하지만 일선 재판의 90%가 양형 기준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