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폭력 은폐 의혹, '방임 학대' 해당하나
어린이집 폭력 은폐 의혹, '방임 학대' 해당하나
6세 아동 또래 폭력에 어린이집 '모르쇠' 일관... 법조계 "통화 녹취 있다면 고의성 입증 가능, 중대 범죄"

어린이집에 보낸 아이의 몸에 하나둘 상처가 늘어갔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 아이 상처에 '혼자 넘어진 것'... 어린이집의 거짓말, 전직 교사 녹취에 들통났다
6세 아이의 몸에 하나둘 늘어나는 상처와 망가진 개인 물품. 등원을 완강히 거부하는 아이를 보며 부모의 속은 타들어 갔다. 수소문 끝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또래들에게 여러 차례 폭력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처음 사과했던 태도를 바꿔 폭력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진실을 숨기기 시작했다. 부모의 절박한 질문에 돌아온 것은 "혼자 넘어진 것", "친구랑 놀다 그런 것"이라는 차가운 답변뿐이었다.
"친구랑 놀다 그랬어요"... 상처 뒤에 숨은 진실
분노와 무력감에 휩싸여 있던 부모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증거가 확보됐다. 바로 어린이집을 그만둔 교사와의 통화 녹음이었다.
이 교사는 통화에서 "폭력 사실이 있었고, 자신이 직접 본 적도 있다"며 "어린이집이 고의로 가해 아동의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어린이집의 조직적인 은폐 정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해당 교사는 법정 증언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부모는 아이의 상처와 어린이집의 거짓말, 그리고 결정적 증거인 녹취 파일을 손에 쥔 채 법의 문을 두드렸다.
과연 고의로 학대 사실을 숨긴 어린이집에 '아동학대 방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조계 "명백한 방임 학대... 녹취는 결정적 증거"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가 성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아동복지법은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기본적인 보호나 양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명백한 아동학대로 규정한다.
경찰 수사팀장 출신인 황순철 변호사는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려 했다면 방임행위에 해당하며 아동학대처벌법의 적용을 받아 중하게 처벌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형사전문 윤형진 변호사는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며 구체적인 처벌 수위를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전직 교사의 통화 녹음이 '고의성'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 변호사는 "통화녹음만 있으면 충분히 고소,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증언을 거부하는 교사에 대해서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다미 변호사는 "녹취록이 있으면 법원의 명령으로 증인소환이 가능하며 증거제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사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CCTV와 행정처분 이력, '스모킹 건' 될까
전문가들은 녹취 파일 외에도 추가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핵심적인 증거는 어린이집 CCTV 영상이다. 정다미 변호사는 "아동 상대 범행 특성상 빠르게 고소를 진행해서 가급적 CCTV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폭행 장면은 물론, 폭행 전후 교사들의 대응 방식을 통해 방임 정황을 추가로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어린이집이 과거 다른 문제로 행정처분을 받았거나 임금체불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부모에게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여성청소년범죄수사팀장 출신인 최성현 변호사는 "해당 어린이집의 행정처분 이력과 임금체불 사실은 전반적인 시설 운영 부실을 입증하는 정황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이는 아동학대 방임 혐의를 뒷받침하는 보조 증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의 눈물이 먼저"... 형사·민사·행정 '3중 대응' 가능
이제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법적 대응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원장과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형사 절차다. 동시에 폭력으로 인한 아이의 치료비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가능하다.
조기현 변호사는 "담임교사와 원장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가능하며, 가해 아이의 부모를 상대로도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관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운영정지나 시설폐쇄 같은 행정처분을 요구할 수도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우선 아이의 심리적 안정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전문가 상담 소견서 등도 향후 법적 대응에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