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입자 알박기'에 새 세입자 분노…"계약금 토해내라"
'전 세입자 알박기'에 새 세입자 분노…"계약금 토해내라"
이사 9일 지연에 배액배상 위기…'실비 보상' vs '위약금 폭탄' 엇갈린 전망

기존 세입자의 퇴거 거부로 새 세입자 입주가 지연돼 집주인이 배액배상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전세금 받아야 나간다”는 전 세입자의 버티기, “변호사 샀다”는 새 세입자의 최후통첩. 9일의 입주 지연으로 계약금 폭탄을 맞게 된 집주인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배액배상까지는 아니다’라며 집주인을 안심시키는 한편, 계약서의 단 한 줄에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서늘한 경고도 함께 내놨다.
과연 집주인은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쟁점을 짚어본다.
꼬여버린 이삿날, 집주인은 '샌드위치' 신세
오피스텔 임대인 A씨는 5월 3일, 모든 게 꼬여 버린 이삿날을 맞았다. 이날은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새 세입자가 입주하기로 약속된 날이었다.
하지만 기존 세입자는 "전세금을 받으면 그때부터 집을 구한다"는 황당한 문자를 보내고는 퇴거를 거부했다. 결국 기존 세입자는 9일이나 지난 5월 12일에야 집을 비우겠다고 통보했다.
졸지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A씨는 새 세입자에게 이사 지연 사실을 알리며 "지연으로 발생한 모든 실제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새 세입자의 최후통첩 "계약금 배액배상 하라"
A씨의 사과와 보상 약속에도 새 세입자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새 세입자는 돌연 "변호사를 사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다른 집을 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사실상 계약 파기와 함께 계약금의 두 배를 물어내라는 최후통첩이었다.
A씨는 '12일 입주가 가능하며 실제 발생 비용과 법정이자 5%까지 지급하겠다'는 최후의 제안을 해보려 했지만, 상대방이 막무가내로 나올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었다.
다수 전문가 "배액배상 아냐, '이행지체'일 뿐"
다행히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즉시 배액배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배액배상은 통상 계약 이행에 착수하기 전(중도금·잔금 지급 전)에 계약을 일방적으로 깼을 때 적용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김상훈 변호사는 "계약금의 배액배상 의무는 계약 해제권 행사의 영역으로, 이미 잔금 지급 등 이행의 착수가 이루어진 현 상황에서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계약 이행이 9일 늦어진 것은 계약 파기가 아닌 '이행지체(채무를 늦게 이행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A씨가 계약 이행 의사를 명확히 보이고 손해 배상을 약속한 이상 세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깨고 배액배상을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반전의 경고 "'위약금 조항' 있다면 얘기 달라져"
하지만 모든 전문가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었다. 윤영석 변호사는 계약서의 '위약금 조항'이라는 치명적인 변수를 지적했다.
그는 "통상적인 표준 임대차계약서에는 '임대인 또는 임차인이 채무불이행을 할 경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위약금)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A씨가 약속한 날짜에 집을 넘겨주지 못한 것은 명백한 '채무불이행'이므로, 이 조항에 따라 새 세입자가 계약 해제를 통보하면 A씨는 전세금 원금은 물론, '계약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추가 지급해야 할 법적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A씨의 운명이 계약서 한 줄에 갈릴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인 셈이다.
집주인의 생존법…내용증명으로 '최후의 방어선' 구축
그렇다면 A씨는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객관적 증거'를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대섭 변호사는 "신규 세입자에게 12일에 현관 비밀번호를 전달하고 입주를 촉구하며 '실제 발생한 손해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즉시 배상하겠다'는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는 임대인이 계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되어, 소송으로 가더라도 법원이 위약금 청구를 그대로 인용할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훈 변호사 역시 내용증명을 통해 인도 보장과 실손해 지급 의사를 명확히 하라고 권했다.
한편,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기존 세입자에 대해서는 A씨가 새 세입자에게 물어준 손해배상액 전액을 '구상금(대신 갚은 돈을 청구할 권리)'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