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빚이 손주·증손주에게까지?"…'채무 대물림' 확실히 막는 법
"할머니 빚이 손주·증손주에게까지?"…'채무 대물림' 확실히 막는 법
1순위 상속인 아직 결정 안 했는데
미리 상속포기 가능 여부 두고 변호사들 의견 갈린 이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연합뉴스
최근 할머니를 여읜 A씨는 슬픔에 잠길 겨를도 없이 큰 고민에 빠졌다. 할머니가 남긴 재산보다 빚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A씨 가족은 아버지와 고모, 삼촌 등이 생존해 있고, 먼저 세상을 떠난 큰아버지에겐 자녀 둘이 있다. A씨 본인에게도 어린 자녀가 있다.
A씨는 할머니의 빚이 아버지 세대를 넘어 자신과 자녀에게까지 내려올까 불안하다. 빚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A씨와 자녀는 언제, 어떻게 상속을 포기해야 할까?
할머니의 1순위 상속인은 '자녀', 손주는 아직 아니다
우선 상속 순위부터 따져봐야 한다. 우리 민법은 상속 1순위를 피상속인(망인)의 직계비속(자녀·손주 등)으로 정하지만, 같은 직계비속 중에서도 촌수가 가까운 상속인이 우선한다.
따라서 A씨 할머니의 1순위 상속인은 할머니의 자녀들이다. A씨의 아버지와 고모, 삼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작년에 돌아가신 큰아버님의 자녀 두 분은 대습상속으로 1순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생존해 있으므로, 손주인 A씨와 증손주인 A씨의 자녀는 현재 시점에선 상속인이 아니다. 아버지 등 1순위 상속인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해야 비로소 A씨에게 상속 순위가 돌아온다.
상속포기, '내 차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그렇다면 A씨는 아버지 등 1순위 상속인들이 상속을 포기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에게 순서가 온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상속포기 신고를 해야 할까?
이 지점을 두고 변호사들의 의견이 다소 갈렸다. 아직 상속인이 아닌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상속을 포기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다.
이유진 변호사(법률사무소 나인)는 "아직 법적으로 상속권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이 상속포기 심판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1순위 상속인들의 포기 절차가 끝난 뒤에야 A씨의 포기가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다수 변호사들은 법원 실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후순위 상속인이 선순위 상속인과 동시에, 또는 먼저 상속포기를 신청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 예규 "선순위자와 동시 포기 가능…빚 대물림 방지 취지"
실제로 법원 예규는 후순위 상속인도 선제적으로 상속포기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상속 채무가 여러 세대에 걸쳐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불편과 위험을 막기 위한 취지다.
문준홍 법률사무소의 문준홍 변호사는 "상속포기의 신고에 관한 예규에 따라 질문자님과 따님도 현재 단계에서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홍현필 법률사무소의 홍현필 변호사 역시 "대법원 판례는 상순위 상속인이 아직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하순위 상속인이 미리 상속포기 신고를 하는 선제적 신청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A씨와 자녀는 아버지, 고모, 삼촌 등 1순위 상속인들이 상속포기를 결정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함께 상속포기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심규덕 변호사는 "채무가 많은 상황에서는 1순위 상속인 전원과 함께 동시에 상속포기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정승인', 어렵다면 '전원 동시 포기'
변호사들은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1순위 상속인 중 한 명이 '한정승인'을 받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정승인이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빚을 갚는 제도다. 1순위 상속인 중 한 명이 한정승인을 받으면, 상속 채무는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넘어가지 않고 해당 순위에서 정리된다.
홍현필 변호사는 "아버님이 한정승인을 완료하면 할머니의 채무는 할머니의 재산 범위 내에서 청산되며 A씨와 따님에게 승계되지 않고 절차가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가족 간 합의가 어려워 한정승인 절차를 밟기 어렵다면, 빚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한꺼번에 상속포기 신청을 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