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구 막은 '주차 빌런', 경찰의 '강제 견인'은 정당했다
아파트 입구 막은 '주차 빌런', 경찰의 '강제 견인'은 정당했다
'주차 빌런'에게 업무방해죄 적용한 경찰의 한 수

아파트 입구를 막은 차량에 경찰이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영장 없이 강제 견인했다. /'평등연구소' 유튜브 캡처
관리사무소와 차량 등록 문제로 다투던 한 입주민이 홧김에 아파트 방문 차량 출입구를 자신의 차로 막아선 뒤 사라졌다. 주민들의 항의와 관리사무소의 호소에도 묵묵부답. 결국 경찰이 출동했지만, 차주는 끝내 연락을 받지 않았다.
과거 같았으면 "사유지라 개입이 어렵다"며 경찰도 주저했을 상황.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경찰은 단호했다. 견인차를 불러 길을 막아선 차량을 그대로 들어 옮겼다.
경찰 관계자는 방송 인터뷰에서 "위법 행위가 중하다고 봐서 압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던 '주차 빌런'을 향한 통쾌한 법 집행에 주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사유지라는 이유로, 혹은 재물손괴죄 고소를 우려해 미온적으로 대처했던 경찰이 이토록 단호하게 차량을 '압수'할 수 있었던 법적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주차 시비' 아닌 '업무방해' 범죄로 본 경찰의 판단
경찰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주차 위반이 아닌, 명백한 '범죄 행위'로 판단했기에 가능했다. 차량으로 아파트 입구를 막는 행위는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정상적인 차량 출입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현행범으로 본 것이다.
경찰이 '압수'라는 강제 처분을 꺼내 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찰은 해당 차량을 범죄에 이용된 '증거물'로 판단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경찰이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해당 조항은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경찰은 아파트 입구가 막혀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범죄가 계속되는 중'으로 보았고, 차주와 연락이 닿지 않아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긴급한 때'라고 판단해 영장 없는 압수, 즉 강제 견인을 집행한 것이다.
사유지라도 공공성 있다면 경찰 개입 가능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유지 불개입 원칙'도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대법원은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볼 때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된 장소라면 교통질서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곳"으로 판단한다(대법원 2002도3190 판결).
방문 차량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아파트 입구는 사실상 '도로'와 같은 공공성을 지니므로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경찰은 법적 절차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견인 직후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영장 없는 압수의 적법성을 확보했다. 형사소송법은 영장 없이 압수한 경우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 절차까지 지킨 것이다.
이번 경찰의 조치는 공동체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기적인 행위에 법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보여준 명확한 선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