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알린 내 비밀, 왜 상대방 손에 들려있나
믿고 알린 내 비밀, 왜 상대방 손에 들려있나
국민신문고 민원 유출 파문…공무원 처벌은 가능할까?

국민신문고에 제기된 민원 내용이 당사자에게 유출되어 법적 분쟁에서 역공의 빌미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국민을 위해 운영되는 국가 시스템을 믿고 제기한 민원이 되레 민원인의 뒤통수를 치는 무기가 됐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내용이 대상자에게 고스란히 유출돼 법적 분쟁에서 공격의 빌미로 사용된 것.
전문가들은 공무원 처벌과 국가 배상이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누가, 어떻게 유출했는지'를 민원인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험난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징계해달랬더니"…법정에서 마주한 내 민원 내용
최근 한 시민은 특정 기관의 비위를 바로잡고자 국민신문고의 문을 두드렸다. 민원인의 신분과 민원 내용은 법적으로 보호받는다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는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민원의 당사자인 A씨가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 민원인이 '징계 및 해고 요구' 등 구체적인 내용의 민원을 넣었다는 사실이 상세히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은밀하게 제기돼야 할 정보가 유출돼 역공의 칼날이 되어 돌아온 상황. 민원인은 "국가 시스템을 믿었다가 오히려 보복을 당하고 있어 매우 고통스럽다"며 법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처벌과 배상, 법적으로는 '가능'…입증은 '첩첩산중'
전문가들은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민원인의 정보를 유출했다면 형사 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이 모두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민원인의 신상과 민원 내용은 외부에 알려져선 안 될 '직무상 비밀'로, 이를 누설하면 '공무상 비밀누설죄'(형법 제127조)로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도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더 무거운 처벌도 가능하다.
이동규 변호사는 "공무원의 위법한 정보 유출이 인정되면 국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소송이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남희수 변호사는 "다만 상대방이 다른 경로로 내용을 알았을 가능성까지 배제해야 하므로, 유출 경로 특정이 핵심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해도, '공무원이 유출했다'는 사실을 민원인이 직접 증명해야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증거 확보가 승패 가른다…전문가들의 3단계 해법
그렇다면 이 험난한 입증의 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증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단계적 대응을 주문했다.
첫째,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민원 처리 과정에 대한 공식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다. 김강희 변호사는 "현재 단계에서는 상대방 서면을 보강할 수 있는 처리 경위 자료를 먼저 모아 유출 경로 특정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둘째,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형사 고소와 국민권익위원회 신고를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이다. 전종득 변호사는 민원 내용이 전달되었다면 담당 공무원에게는 공무상비밀누설죄 성립이 문제될 수 있다고 봤다.
권익위 조사는 그 자체로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유출 사실을 공적으로 확인받고 징계를 요구할 수 있어 향후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형사 수사와 권익위 조사를 통해 유출 경로가 명확해지면 이를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재산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순서다.
이주한 변호사는 해당 사안이 형사, 행정, 민사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라 초기 대응과 증거 확보 전략이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