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쇼핑몰에서 미성년자 성폭행해도 집행유예…놀랍게도 '평균적인 판결'
대낮에 쇼핑몰에서 미성년자 성폭행해도 집행유예…놀랍게도 '평균적인 판결'
재판부의 이상한 판결? 그들의 보통의 판결

대낮 쇼핑몰 화장실에서 중학생을 성폭행한 가해자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판결을 내린 유석철 부장판사의 지난 6개월간의 판결을 로톡뉴스가 분석해 봤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한 여중생이 쇼핑몰 안에서 남자 화장실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 남성 A씨는 같은 날에만 3번의 성범죄를 저질렀다. 단 26분 사이에 여학생 2명을 강도 높게 추행했고, 곧이어 또 다른 1명을 성폭행했다.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범죄가 벌어졌다는 자체가 충격적이지만, 더 공분을 산 일은 따로 있었다. 가해자 A씨가 지난달 22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풀려났기 때문. 변호사들조차 쇼핑몰 성폭행 판결에 대해 "피해자 나이나 범행 특성 등을 볼 때, 가중 처벌할 요소가 많았는데도 집행유예가 나온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유석철 부장판사)가 법관 재량을 발휘해 형량을 과감하게 깎아준 덕분이었다(작량감경·酌量減輕). "초범이라 재범 가능성이 낮다",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로톡뉴스는 유 부장판사가 판결했던 다른 성범죄 사건들도 살펴봤다. 최근 6개월간 유 부장판사 손을 거친 성범죄 판결 10건을 추렸는데 이 중 9건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으로 끝났다. 왜 이렇게 성범죄에 관대한 걸까. 하지만 이런 선고 경향은 유 부장판사만의 특징은 아니었다. 성범죄 판결문을 분석해 보니, 이는 성범죄에서 선고되는 형량의 '평균'에 근접했다.
유석철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불과 일주일 전에도 비슷한 판결을 내놨다. 지난달 15일, 장애인 여성을 강제추행한 버스 기사 B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장애등급판정 기준에 따르면, 이 사건 피해자 지능지수는 일생동안 다른 사람의 보호가 필요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제대로 된 저항조차 힘든 피해자에게 성폭행에 가까운 추행을 저지른 B씨. 그는 차고지에 세워 둔 버스 안에서, 피해자 남자친구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범행을 했다.

장애인 강제추행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범죄다(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3항).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상 기본 권고 형량만 징역 2년 6월~5년이고, 피해자의 처벌불원 등을 이유로 감형을 하더라도 징역 1년 6월~3년을 권고한다.
그런데 유 부장판사는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최저 형량까지 처벌 수위를 낮춘 다음, 그마저도 집행유예를 선고해버렸다.
피고인들이 돌아가며 집단 성범죄를 저질러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왔다. 지난해 9월, 친구였던 피해자(18세)에게 번갈아 가며 유사 성행위와 강제추행을 저지른 피고인들도 감형받았다. 각각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이 끝이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유사 성행위를 저지른 경우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고 있다(제7조 제2항). 양형기준상 기본 권고 형량도 징역 5년~8년이다. 미성년자 강제추행은 벌금형을 선고하더라도,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여야 한다(아청법 제7조 제3항). 하지만 유석철 부장판사는 법과 양형기준이 정한 형량의 딱 절반씩만 판결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이런 식의 판결이 5건이나 쏟아졌다. 17세 피해자가 성폭행당한 사건에서도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3년이 나왔다.
이 밖에 서로 순번을 정해가며 잠든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피고인들 역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에 그쳤다.

사건의 면면은 제각각이었지만 판결문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있었다.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하면, 작량감경을 통해 과감하게 최저 형량으로 줄여줬다. 그 다음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왔다.
처음엔 유 부장판사가 유독 성범죄자에게 관대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로톡뉴스가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들의 판결문을 확인해본 결과 상당수 1심 판결에선 비슷한 양형이 선고되고 있었다.
이들 중 약 34%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어떻게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에서 가해자를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풀어줄 수 있느냐' 의문을 갖지만, 보편적으로 나올 수 있는 양형이었던 셈.
징역형이 선고된 비율은 36.2%로 집행유예보다는 높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5~2016년에 징역 5년형을 받는 피고인의 비율은 50%였지만, 2017~2018년에는 29%로 급감했다. 이후 2019~2020년에는 11%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는 피고인은 지난 2015~2016년에 25%였다. 하지만 2017~2018년 29%로 늘었고, 2019~2020년에는 44%까지 치솟았다. 최근 2년 사이에 집행유예를 받는 피고인의 비율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판결문들 속 선처 사유들은 찍어낸 듯 비슷했다. "죄질이 좋지 않다"고 꾸짖으면서도, ① 피해자와 합의해 ②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서류가 제출되고 ③ 앞서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으면 감형이 됐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7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