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달라" 119 신고하고선, 출동한 구급대원들 폭행…처벌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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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달라" 119 신고하고선, 출동한 구급대원들 폭행…처벌은 고작

2022. 03. 13 14:42 작성2022. 03. 13 15: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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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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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욕설하고 폭행하고 난동

'119법'에 따라, 최대 5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최근 4년 치 판결문 살펴보니⋯23건 중 실형은 2건뿐

'2021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119구급대원의 폭행 피해는 지난 2018년 215건, 2019년 203건, 2020년 196건 발생했다. 발생 건수는 줄어들고는 있지만, 구급대원들을 폭행하는 일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1분 1초를 다투는 119구급대원들. 이들이 출동한 현장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런데 폭행과 욕설로 업무에 방해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소란을 부리는 사람은 대부분 119 신고 당사자. 구급대원들에게 받은 도움을 주먹과 발길질, 거친 욕설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이는 구급활동에 지장을 주는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법적 책임이 뒤따른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119법) 제13조는 "위급상황이 발생한 때에는 구조·구급대를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시켜 인명구조, 응급처치 및 구급차 등의 이송, 그 밖에 필요한 활동을 하게 해야 하며"(제1항), 누구든지 이러한 활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제2항).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28조).


'2021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119구급대원의 폭행 피해는 지난 2018년 215건, 2019년 203건, 2020년 196건 발생했다. 발생 건수는 줄어들고는 있지만, 구급대원들을 폭행하는 일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로톡뉴스는 판결문 속에서 답을 찾아봤다.


구급대원에게 욕설 동반한 폭행⋯대부분 아무런 이유 없었다

우선, 대법원에서 공개한 최근 4년 치 판결문 중 앞서 언급한 '119법 제13조 제2항'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건을 검색했다. 이 기간 구급활동을 방해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총 23명. 이중 두 건의 사건 피고인을 제외하고는 사건 당시, 응급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이었다.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구급대원들에게 폭언을 동반한 폭행을 가했다. "이 XX들아, 죽여버린다" "왜 빨리 조치 안 해 XXX" "이 XX야. 똑바로 해야지" "XXX, 칼에 맞아야 된다"는 등 입에 담기 힘든 말을 구급대원에게 쏟아낸 것. 그러면서 주먹이나 발로 구급대원의 얼굴, 가슴, 복부 등을 때리거나 머리로 들이받았다. 구급대원에게 이불이나 구급 물품을 던지기도 했다. 도대체 피고인들은 왜 이런 행동을 했던 걸까. 사실 별다른 원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신고 후 6분 만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에게 "출동이 늦었다"는 식의 황당한 이유뿐이었다.


구급대원들을 폭행한 피고인들에게 재판부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대법원·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구급대원들을 폭행한 피고인들에게 재판부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대법원·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이러한 피고인들의 범행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구조·구급활동 중인 소방 구급대원을 폭행하여 방해하는 행위는 응급환자 이송 등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구급대원들의 자존감과 근무의욕을 저하시키는 행위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거나 방치될 경우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전가된다"


징역 5년까지 받을 수 있는 죄지만, 실형은 23건 중 2건

하지만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법 조항과 달리, 실형으로 무겁게 처벌된 사례는 전체 판결문(23건) 중 두 건에 불과했다. 실형의 경우 평균 형량은 징역 8개월. 공통적으로 전과가 있는 피고인들이었다.


A씨는 이미 폭력 범죄로 수십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후 업무방해죄로 징역형을 살다가 출소한 당일, 119구급대원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해 7월, 길에서 사람들을 상대로 행패를 부리다 이마를 다친 A씨. 그는 응급처치를 받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구급 물품 등을 집어던지고, 손으로 구급대원의 뒤통수를 때렸다.


지난해 8월, 이 사건을 맡은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구급대원에게 폭력을 행사해 죄질이 좋지 않은 점 △누범 기간 중에 범행을 저지른 점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항소심에도 1심과 동일한 형량이 선고됐다.


항문에 통증이 있다며 119에 도움을 요청한 B씨. 지난 2019년 8월, 그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아무런 이유 없이 구급대원 두 명에게 욕설을 하며, 손바닥으로 뺨 등을 때렸다. 당시 B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지난 2020년 2월, 대구지법은 B씨가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법 조항과 달리, 실형으로 무겁게 처벌된 사례는 23건 중 2건에 불과했다. /그래픽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법 조항과 달리, 실형으로 무겁게 처벌된 사례는 23건 중 2건에 불과했다. /그래픽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나머지 21건은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그 외 나머지 사건들은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으로 마무리됐다. 23건의 사건 중 집행유예는 총 10건. 이 경우 징역 4개월에서 징역 10개월 내외에서 선고됐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피고인 중에는 과거에도 동일한 범행을 저지르거나, 폭력이나 공무집행방해 등의 다른 혐의로 처벌받은 경우도 있었지만 법원의 선처로 풀려났다. 우발적 범행이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했거나, 피해의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되면서다.


이미 비슷한 범행으로 처벌받았던 C씨의 경우가 그랬다. 지난 2018년 10월, 그는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가 구급대원에게 구조됐다. 당시 그는 아무런 이유 없이 욕설을 하면서 주먹으로 구급대원의 얼굴 등을 때리고, 발로 뒤통수를 수차례 찼다. 하지만 C씨가 잘못을 시인하고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등이 고려돼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나머지 11건은 벌금형으로 평균 벌금액은 300만원. 신고 6분 만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에게 "출동이 늦었다"며 욕을 하고, 물건 등을 집어던진 사람의 경우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가장 적은 벌금액은 100만원으로, 병원으로 이송 중인 구급차 안에서 술에 취해 구급대원에게 욕설을 하며 발로 가슴을 두 차례 걷어찬 피고인의 경우였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4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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